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원에서 열린 ‘새 정부 노동법·상법 개정과 기업 대응전략’ 세미나에서 김도형(사법연수원 24기) 변호사는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범위 확대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이르면 다음 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CJ대한통운(000120), 현대제철(004020) 사건 등에서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 기준이 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부분은 생각보다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제14대 회장을 역임한 김 변호사는 고용노동부 자문변호사로 활동하며 법무법인 원 노동팀을 이끌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법무법인 원의 기업교육센터 출범을 기념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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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노동조합법 개정으로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과도 단체교섭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지만,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만나서 얘기하라는 것뿐”이라며 “무리한 요구를 한다면 반드시 들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내하청의 경우 오히려 지금처럼 불법파견 리스크가 더 크다”라며 “새로운 리스크가 나타나지만 기존 불법파견 대응 노하우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개정법은 직접 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결정권이 있으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로 보지만, “진정한 도급이라면 문제가 안 된다”는 것이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물량을 주고 외부에서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는 형태라면 실질적 지배력이 생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노동쟁의 범위 확대에 주목해야”
김 변호사는 오히려 노동쟁의 범위 확대를 더 주목해야 할 변화로 꼽았다. 개정법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까지 쟁의행위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는 “정리해고가 아니더라도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인력 조정이 필요할 때 노동조합이 파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이 부분이 더 큰 변화”라고 짚었다.
과거에는 이런 경영상 결정에 대한 파업이 불법이어서 징계해고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적법한 단체행동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 기업은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영상 결정을 할 때에는 노동조합의 입장에 신경써야 한다”며 “특히 과반수 노조가 있다면 더욱 그렇다”고 조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 형사책임 회피? 기대 않아야”
김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형사책임 회피나 감면에 대한 기대는 하지 마라”고 단언했다. 그는 “과거에는 사후 책임 비용이 사전 예방 비용보다 적게 들었지만, 이제는 역전됐다. 새 정부에서는 사후 책임 비용이 더 커질 것”이라며 “사전 예방에 적극적으로 비용을 투입해서 안전보건 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안전보건체계를 구축해야 하며, 형식적 대응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또 “산재 예방 감독 전담 행정기구가 설립될 가능성도 있다”며 “지금보다 더 강화된 감독과 제재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직장 내 괴롭힘 “MZ세대 특성 고려한 대응 필요”
기업 입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한 불확실성도 매년 커지고 있다. 강서영(변호사시험 2회)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매년 20% 이상 늘어 지난해에는 1만2000건을 넘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을 지낸 강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 증가 원인으로 MZ세대의 의식 변화를 꼽았다. 그는 “옛날 같으면 그냥 지나갔을 문제들에 대해서도 진정서를 써서 신고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며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업무를 하다 보니 증거 수집이 매우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으로서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 발생보다 무서운 것이 대응 실패”라며 “신고 접수부터 피해자 면담, 조사, 보고서 작성, 재발 방지까지 5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피해자 중심의 보호조치만 잘해도 리스크를 상당 부분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적 대응이 핵심
법무법인 원 노동팀은 기업 노무 환경 변화와 관련해 과도한 우려보다는 실질적 대응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노무도급 형태는 피하고 물량도급으로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라”며 “불법파견 리스크를 먼저 줄여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상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라며 “예방 중심의 의사소통 체계 구축과 신속한 초기 대응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노동조합법은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인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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