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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위기는 냉각을 넘어 혹한기에 가깝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공모가를 1만3000원, 온코크로스는 7300원에 확정했는데 모두 희망밴드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높은 가격에 상장했다가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예전만큼 적극적인 베팅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상장한 새내기주 중 80%가 희망밴드 상단 혹은 초과한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했으나 대부분 상장과 함께 주가가 하락했다.
시장친화적 가격을 앞세워 몸값을 낮추더라도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6일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엠앤씨솔루션은 6000억원 규모의 중형급 IPO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자릿수 경쟁률로 미달을 겨우 면했다.
IPO 시장 냉각에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증시 환경이 악화하자 아예 상장 일정을 순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데이원컴퍼니와 모티브링크, 아스테라시스, 삼양엔씨켐 등은 애초 이달 중 수요예측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초로 미뤘다. 최근 금융당국이 새내기 주에 대한 문턱을 높인 이유도 있으나 시장 환경이 매우 불안한 만큼 분위기를 살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6조원 규모의 몸값이 예상되는 LG CNS를 비롯해 서울보증보험 및 롯데글로벌버지스, 디엔솔루션즈 등 조단위 대어가 몰려오는 내년 초까지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률과 달리 의무보유확약 비율이 미약한 현재의 수요예측 시스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기관 수요예측 시스템은 5일 중 빨리 참여할수록 공모주를 더 많이 받는 구조라 기업의 적정 가치 평가에 왜곡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 투자 형태의 공모주 청약이 이어지며 상장 당일 큰 폭의 주가 하락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동안 국내 IPO 시장 변동성으로 인한 리스크 확대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며 앞으로 IPO 흥행 여부는 국내 주식시장의 지수 반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