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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중이 5년 전과 비교해 더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더 늘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그랬다면 액화천연가스(LNG) 등 국제 에너지시세 급등 부담이 지금보다는 줄었으리란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원전 찬반 논쟁을 떠나 국내 전력 생산단가는 원전이 가장 낮다. 유가가 높을 때도 낮을 때도 늘 가장 낮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신·재생의 간헐성을 보완하기 위한 LNG 화력발전은 늘 비쌌다. 국제 에너지 시세 급등락 영향도 크다. 현재 짓고 있는 원전 4기를 원래 계획대로 2017~2022년부터 상업운전했다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산업부는 ‘(독일·일본 등의 전기요금 상승은) 전적으로 탈원전·탈석탄과 신재생 확대 때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2017년 12월) ‘(연료비 조정·기후환경 요금제 도입은) 탈원전 추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국민에게 전가하려는 목적이 아니다’(2020년 12월)라며 이 당연한 사실을 줄곧 외면해왔다.
비용이 든다고는 했다. 2017년과 2019년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2017년보다 10.9%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발전)연료비나 송·배전망 증가 등 요인은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계산 과정에서 배제했다. 과소 추계했다는 지적이 나올 때마다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에너지 전환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건 세계적 과제다. 피할 수 없다. 그러려면 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필연이다. 정부는 그 비용을 최대한 정확히 예측해서 국민에게 알리고 동참을 설득해야 했다. 그러나 현실에선 반대였다. 지난 2019년에는 오히려 여름철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형태로 전기요금을 사실상 내렸다. 지난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 조정 때도 이에 필요한 예상 비용은 계산하지 않았다.
올 들어서야 그동안 밀렸던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4월과 7월, 10월에 걸쳐 전기요금을 1킬로와트시(㎾h)당 16.8원(평균 약 15% 인상)을 차례로 올린다. 이 중 상당 부분은 2~3배 폭등한 국제 에너지 시세를 반영한 것이지만, 에너지 전환 비용도 직·간접적으로 녹아 있다. 산업부는 이번 설명자료에서 “탈원전 정책 기조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논란과 물가 영향 우려로 (그동안) 원가주의 기반 요금 조정에 소극적이었다”고 자아성찰 했다.
안 그래도 고물가에 허덕이는 서민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큰 부담이다. 그러나 외면한다고 현실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해법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큰 충격에 부딪힐 수 있다. 한꺼번에 날아온 ‘탈원전 청구서’가 달가울 순 없지만, 정부가 마침내 현실과 마주했다는 점에서 이번 설명자료는 반갑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