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영상에서 유 교수는 “반지하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주거환경이라고 알고 있는데 해외에서도 좀 볼 수는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에 반지하가 많은 이유는 의무적으로 만들어야만 하는 그런 때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전쟁이 있었고 60~70년대를 거치면서 도시화를 했는데 그때 항상 관심사는 ‘어떻게 해서든지 전쟁이 났을 때 북한을 잘 무찔러야 한다’는 게 컸다”며 “그래서 고양시 일산 같은 경우도 동서 방향으로 판상형으로 된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그게 남향 배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미도 있지만 유사시에 북한이 들어오게 되면 포격을 할 때 그 건물 뒤에다가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놓은 것들도 있다”고 전했다.
|
그러면서 그는 “7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나라 인구의 대부분이 다 도시로 이동하게 되면서 도시의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며 “주거가 부족해지면서 반지하 공간을 세를 주기 시작하고 그게 지금 도시에서 가장 적은 임대료를 내고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됐다”고 했다.
유 교수는 반지하의 문제점을 꼽으면서 “물도 많이 들이치게 되고 습해지고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긴다”며 “그걸 극단적으로 보여준 영화가 ‘기생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생충을 보면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데 그 레벨 설정 자체가 반지하라고 하는 레벨이 도시에서 봤을 때 가장 기준점이 될만한 게 도로다”며 “기생충 첫 장면에서 창문이 나오고 도로 레벨이 나온다. 사람들의 발이 왔다갔다하는 게 보이고 소변보는 사람들도 있고 그러지 않느냐. 그러니까 그 레벨보다 밑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그는 “보스턴 뉴베리는 간척 사업을 통해 조성된 공간이다. 해수면과 비교해 지대가 낮아 1층을 띄워서 지었다”며 “상업화가 성공하며 반지하 공간에도 상점이 들어섰다. 상점이 밀접해 이벤트 밀도가 가장 높은 걷고 싶은 공간이 됐다”고 했다.
유 교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대해서도 “도시가 오래돼 100년이 넘게 지나고 도로가 높아지면서 원래 건물의 1층이 낮아진 것”이라며 처음부터 주거용으로 반지하를 허용한 것과는 출발이 달랐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인도는 차도보다 18m 정도가 높다. 사람이 차보다 더 존중받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제가 꿈꾸는 건 사람이 지하에 아무도 없었으면 좋겠다. 오히려 자동차는 다 지하로 들어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런데 제가 다른 데서 ‘그건 없어져야 한다’고 말하면 ‘그거라도 없으면 싸게 묵을 수 있는 자리가 없기 때문에 있어야 한다’는 반론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 오히려 이런 걸 인센티브를 줘서 전체레벨을 다 올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
아울러 그는 “반지하가 생긴 이유도 방공호를 만들어야 한다는 그런 법규 때문에 생긴 거다.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바꾸면서 우리를 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일 0시 26분께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고립돼 사망했다. 해당 반지하에는 이들 세 명 외에 자매의 모친까지 총 4명이 거주했고, 모친은 병원 진료 때문에 당시 집을 비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도 해당 소식을 전하며 서울의 반지하 거주민 중에는 빈곤층이 많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반지하를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긴 ‘banjiha’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semi-basement’(준 지하실, 절반 지하층) 또는 ‘underground apartment’(지하의 아파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반지하 주택이 영화 ‘기생충’의 배경이 됐다는 기사를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