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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법원은 연금 지급액이 공시이율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약관의 별도 지급 기준표에 따라 산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각 약관의 해석상 공시이율 문구만으로 피고가 원고에게 공시이율 전액의 연금을 지급해야 할 이유가 도출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 보험계약 연금액은 약관의 별도 보험금 지급 기준표에 따른 산출방법에 의해 산정되는 것이 명확하다”고 설명했다.
약관에 대한 삼성생명의 충분한 설명도 있었다고 봤다. ‘불완전판매’가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들에게 연금액 산정과 관련해 원고들이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공지했다고 본다”며 “설령 피고가 산출 방법 설명 의무를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약관 내용이 보험 대상이나 면책사유에 관한 것이 아니라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는 연금액 산출 방식으므로 보험계약 유효를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즉시연금은 한꺼번에 목돈을 예치한 뒤, 곧바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금융상품을 말한다. A씨 등은 처음 가입 때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면 보험사가 운용수익 일부를 매달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 처음 납부한 보험료 전액을 돌려주는 상속만기형에 가입했다.
이 상품은 구조상 ‘원금을 돌려주기 위한 재원 목적’으로 매달 지급하는 연금에서 일정 적립액(사업비)을 공제하도록 돼 있다. 순보험료(납입보험료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에서 공시이율을 적용한 금액 전체를 연금월액으로 지급하지 않고, 일정액을 공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A씨 등은 상품가입당시 ‘연금액에서 적립액이 공제된다’는 내용을 듣지 못했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약관에 기재돼 있지 않았고, 이와 관련한 보험사의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2017년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냈고,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이 시작됐다. 당시 민원을 접수한 금감원은 ‘보험사가 약관에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았다’며 지급하지 않은 연금액을 모두 돌려줄 것을 권고했지만, 삼성생명이 이를 거부하면서 소송전으로 번졌다.
소송 쟁점은 상품 약관에 기재된 설명이었다. ‘적립액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얼마나 상세하게 기재돼 있느냐는 것.
1심은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적립액 중 일부가 공제가 되고, 나머지를 지급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은 약관이나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다”며 “삼성생명이 약관이나 상품 판매 과정에서 가입자들에게 이를 명시·설명했다고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생명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항소심은 판결을 뒤집었다.
한편 금감원이 2018년에 파악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분쟁 규모는 약 1조원 수준이다. 이 중 삼성생명이 4000억원(5만5000명) 수준으로 가장 많고, 한화생명(088350) 850억원(2만5000명), 교보생명 700억원(1만5000명)이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