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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희 임팩티브AI 대표는 “수요예측은 변수의 복잡성과 시장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AI가 접근하기 가장 까다로운 분야”라며 “예측은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산업의 흐름을 읽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AI가 계산만 잘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산업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팩티브AI는 이러한 난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제조·유통 기업의 판매량, 원자재 가격, 신제품 수요를 예측하는 AI 솔루션 ‘딥플로우(Deepflow)’가 그 결과물이다. 딥플로우는 범용 모델 대신, 고객사별·품목별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별 모델을 구축한다. 정 대표는 “예측의 정확도는 산업 구조의 복잡성을 얼마나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임팩티브AI는 각 기업의 데이터와 운영 구조를 분석해 맞춤형 모델을 설계한다”고 설명했다.
딥플로우의 핵심은 ‘자동 실험(automated experiment)’ 구조다. 200개 이상의 예측 모델을 동시에 학습시켜 가능한 가설을 전부 실험하고, 그중 성능이 가장 높은 조합을 스스로 선택한다. 기존 방식에서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수십 개 시나리오만 수작업으로 검증했지만, 딥플로우는 수천 개 조합을 병렬 연산으로 검토해 최적의 결과를 도출한다. 사람이 수주 동안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찾아야 했던 최적값을 AI가 한 번의 연산으로 계산해내는 셈이다.
정 대표는 “기존 방식은 인력과 시간의 제약 속에서 수십 가지 시나리오밖에 검증하지 못했지만, 딥플로우는 가능한 모든 조합을 자동으로 실험한다”며 “검증 과정을 자동화하면서 예측의 속도와 정확도를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실제 딥플로우를 도입한 기업들의 예측 정확도는 평균 15~25%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딥플로우는 이미 산업 현장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제품별 수요와 발주량 산정 시스템에 이 기술을 적용해 생산계획의 오차 범위를 20% 이상 줄였고, 삼성전자는 생산라인 예측 모델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동국산업과 풀무원, 롯데 계열의 세븐일레븐 역시 매장별 판매량과 재고 회전율 예측을 위한 협업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임팩티브AI의 투자사이기도 하다. CJ인베스트먼트와 롯데벤처스, 현대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올해 시리즈A 라운드에 참여했으며, 현대자동차의 CVC 제로원벤처스도 전략적 투자자로 합류했다. 총 투자액은 약 82억 원으로, 국내 AI 스타트업의 시리즈A 중 상위 10% 안에 든다.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니라, 각사의 공급망 효율화 프로젝트에 예측 AI를 실제 적용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의 성격이 짙다. 현대차는 주요 부품군의 수급 시점과 물류 경로를 예측하는 SCM 모델에 딥플로우를 시험 적용하고 있으며, CJ제일제당은 신제품 출시 전 시장 수요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투자사 대부분이 기술 검증 단계를 함께 밟은 산업 파트너들”이라며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입 효과를 확인한 후 투자로 이어진 케이스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 현장에서 작동하는 AI를 만든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임팩티브AI는 최근 예측 성능의 한계를 넘기 위해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을 접목한 ‘퀀텀 딥플로우’(Quantum Deepflow)를 개발 완료했다. 기존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만으로는 복잡한 변수 관계를 완전히 해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모델은 200개가 넘는 변수(feature)를 양자 인코딩 방식으로 병렬 처리해 연산 효율을 높이는 구조로, 특히 원자재 가격 예측과 생산 시점 최적화에 활용되고 있다. 정 대표는 “GPU만으로는 시간과 비용의 한계가 있다”며 “양자 연산을 병행하면 훨씬 복잡한 패턴을 더 빠르고 정밀하게 탐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는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예측 솔루션을 공급했고, 독일과 미국 서부 지역을 다음 타깃으로 설정했다. 특히 독일 시장에서는 글로벌 응용기술연구소 프라운호퍼(Fraunhofer)와 공동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정 대표는 “AI의 예측이 숫자로만 끝나면 의미가 없다”며 “결과뿐 아니라 예측의 근거와 맥락을 함께 제시해 기업이 실제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