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SKIET의 시초가는 공모가의 두배인 21만원에 형성됐다. 장 초반 22만2500원까지 올랐지만 이내 낙폭을 키우며 15만85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따상 근처에 가지도 못했던 셈이다. 오전 11시18분 현재 시초가 대비 23.81% 하락한 1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가가 시장의 예상치를 꺾고 내림세를 보인 이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우선 공모가(10만5000원)가 다소 높게 형성됐다는 점이 꼽힌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공모가가 높게 형성된 게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에 대한 주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SKIET는 2차전지 관련 분리막 전문 기업인 점을 투자자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당일 시장 여건도 중요한데 간밤 뉴욕증시에서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는 점이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다. 10일(현지시간) 페이스북은 4.1%, 넷플릭스는 3.4%, 아마존은 3.1% 급락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지수는 2.55% 떨어진 1만3401.86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SKIET가 배터리 소재 기업인 만큼 글로벌 전기차 관련 업종의 주가가 이렇다 할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컸다. 간밤 테슬라는 6.4% 떨어졌고 중국 전기차 업체인 니오는 7.07 급락했다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은 외국인이 초반 매물을 던지면서 수급에부담을 줬다. 개장후 줄곧 모간스탠리가 매도창구 상위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균등배분을 통해 1~2주씩 청약을 받은 개인주주들이 개장초 ‘따상’에 실패하자 일제히 팔자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매도창구 상위 1위는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공모주 물량을 받은 미래에셋증권이다. 이날 장초반 비싼 가격에 샀던 개인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선 물량도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인수단이 아니었던 키움증권이 매도 상위 2위에 올라 있기 때문이다.
향후 SKIET 주가는 10만~18만원 사이에서 변동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3개월 전까지 주가 적정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지만, 상장 첫날부터 개인 투자자 매물이 출회되면서 추후 매매제한이 풀린 기관 투자자들의 물량 출회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황 연구원은 “상단 18만원은 SKIET의 생산캐파가 중국 경쟁사의 60% 정도 된다는 점 등을 가정하고 산정한 주가인데, 현 시점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최하단은 10만원인데 그 이하대로는 기관투자자 매물이 쏟아질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SKIET는 주력 사업인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지난해 프리미엄 분리막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고, 축차연신, CCS 코팅 등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독자 기술을 구축했다.
SKIET는 현재 10억3000만㎡의 연간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폴란드, 중국 등 국가에서 추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어 2024년 생산능력은 27억3000만㎡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전기차 약 273만대 분량에 분리막을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고체 전지 도입 전까지 2차전지용 분리막 시장은 연평균 31% 성장할 전망이다. SKIET는 글로벌 분리막 생산업체들 중 3위다. 다만 황 연구원은 “2027~2028년 전고체 전지가 도입되면 분리막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전고체 전지 도입이 미풍에 그치면 연평균 10% 성장하지만, 반대인 경우 연평균 2% 역성장이 전망된다. 2가지를 혼용한 중립적인 경우에는 4.4%로 성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