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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4일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대학 서열화 완화 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이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내년 상반기 확정할 예정인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에 참고하기 위해 발주한 것으로 연구 기간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다.
연구진은 대학 서열 완화를 위한 입시제도 개편으로 수능 절대평가(등급제)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현행 수능에서 국어·수학·탐구 등 주요 영역은 상대평가로 치러지고 있다. 이는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서인데 그 결과로 대학 서열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매우 강한 변별력을 갖는 입시제도를 주관하면서 필연적 결과 중 하나가 서열의 형성”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학생 선발을)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하되 이를 위해서 정부가 치르는 시험의 변별력은 낮춰 가야 한다”고 했다.
특히 보고서는 “수능 개편 방향은 시험을 절대평가 등급제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수능에서 고교학점제 선택과목을 모두 출제하되 여러 전형 자료(학생부·수능 등)를 갖고 개별 대학이 자율적으로 학생을 뽑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사실상 수능을 대입 선발고사에서 ‘자격고사’로 바꾸자는 말과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 상대평가 위주의 시험을 절대평가로 바꾸면 변별력은 저하되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바칼로레아(Baccalaureate)나 영국의 에이레벨(A-level)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대입시험(SAT·ACT)도 최소한의 고졸·대입 자격을 확인한 뒤 대학에 따라 면접·에세이·내신 등을 반영해 합격자를 가린다.
연구진은 미국의 SAT처럼 우리나라 수능도 문제은행식으로 개편하자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SAT 제도를 오래 운영하고 있는 미국과 같이 평소 다양한 문제은행을 계속 만들고 학생들도 몇 번에 걸쳐 시험에 도전할 기회를 제공하자”고 했다. 실제로 국교위 교육발전전문위원 중 한 위원은 “수험생에게 수능을 단 한 번만 보도록 하는 것보다는 수험생 개인의 선택에 따라 최대 4회까지 응시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떠냐는 제안이 (전문위 보고안에) 담겼다”라고 밝혔다.
앞서 국교위는 향후 10년(2026~2035년)간 적용될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10여 건의 정책연구를 발주했다. 이번 대학 서열화 완화 방안도 이 중 하나다. 이번 연구는 김진영 건국대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았으며 이필남 홍익대 교수,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가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교육발전계획 수립을 위해 총 17건의 정책연구를 발주했으며 이 중 중요 내용은 국교위 위원들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러한 수능 개편안이 국교위서 논의, 확정되더라도 실제 적용은 초5 학년이 치르는 2032학년도 대입에서나 가능하다. 현 중3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수능은 국어·수학·탐구의 선택과목을 없애고 공통과목 위주로 출제하기로 이미 확정했기 때문이다.
김문수 의원은 이번 정책연구에 대해 “대학 서열화 고착은 대한민국의 역동성과 형평성을 위해 풀어야 할 핵심 문제이자 어려운 문제”라며 “대학 서열의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연구자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정책연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교위는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주요 의제로 대학 서열화를 설정하고 전문가·국민과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것”이라며 “대학 서열화는 국교위가 풀어야 할 대표적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