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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는 맨해튼 한복판에 자리 잡은 유서 깊은 광장이다. 브로드웨이와 파크애비뉴, 14번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교통의 요충지다.
이런 맨해튼의 중심지가 휴일인 24일(현지시간) 하루 종일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들썩였다. 미국 북동부 뉴욕 일대의 한인사회 최대 축제인 ‘2021 코리안 페스티벌’이 열렸기 때문이다. 코리안 페스티벌은 뉴욕한인회가 미국 주류사회에 한국을 알리기 위해 매년 가을 개최하는 행사다.
이날 오후 12시50분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미주지역본부가 행사장 일부에 차린 ‘달고나(뽑기)’ 코너는 미리 만들어놓은 300개 물량이 순식간에 동이 났다. aT는 오후 1시30분부터 급히 달고나 물량을 더 확보해 나눠줬다. 이를 받기 위해 늘어선 줄은 100m 가까이, 사람 수로는 수백명은 돼 보였다. 옆 테이블에서는 현지인 10여명이 이쑤시개 등을 이용해 달고나 모양 틀대로 자르는데 열중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줄을 서 있던 20대 여대생 헬렌 씨는 “오징어 게임에서 봤던 달고나를 처음 맛볼 수 있게 돼 흥분된다”며 “다양한 한국의 모습을 알고 싶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달고나 부스를 맡고 있던 오신영 aT 차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인파가 몰려 놀랐다”고 전했다.
맞은편 도시락 코너까지 오징어 게임 열풍이 불었다. 다른 한식을 제쳐 두고 오징어 게임의 상징인 네모, 세모, 동그라미를 새겨 넣은 양은 도시락 200여개는 거의 준비되자마자 팔려나갔다.
그 덕에 바로 옆 aT가 차린 김치 홍보관까지 성황을 이뤘다. 한국산 고춧가루, 마늘, 배 등을 사용한 김치 만들기 체험은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론 김 뉴욕주 하원의원은 이날 행사에서 뉴욕주 ‘김치의 날’ 제정을 위한 선포문을 발표했다. 심화섭 aT 미주지역본부장은 “론 김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 내년 즈음이면 제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김치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서부 캘리포니아주에서 김치의 날을 제정한 이후 가속화한 미국 내 김치 열풍을 동부 지역으로 확산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행사를 찾은 인파는 5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한국의 ‘소프트 파워’를 실감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올해 뉴욕 유엔 총회를 찾은 방탄소년단(BTS)에 이어 넷플릭스 시청률 1위를 기록한 오징어 게임까지 등장하면서, 문화 콘텐츠를 통해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한 현장 관계자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체육복과 액세서리를 팔았으면 ‘대박’이 났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오징어 게임 열풍은 상상 이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달고나 사탕’을 소개하며 요리법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NYT는 “오징어 게임에 나온 바삭바삭한 식감이 특징인 얇은 사탕”이라고 소개했다. 관련 소품은 올해 핼러윈 때 핫 아이템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이외에 500인분 대형 비빔밥 나눔, 최진숙 명창의 판소리, 뉴욕한인회장배 씨름 대회, 태권도 시범, 종가집 김치 1만개 배포 등의 이벤트가 이어졌다.
행사를 기획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은 기자와 만나 “(맨해튼 한복판의 중심지인) 유니언 스퀘어는 빌리기 매우 힘든 곳”이라며 “과거 어느 해보다 인파가 많이 몰리면서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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