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파트 광풍이 불자 우유회사 서울우유에까지 대출을 받으려는 줄이 늘어섰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우유는 농업협동조합이라서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대출 기능이 있다. 조합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족’ 등에게 대출하고 걷은 이자 수익은 경쟁사가 한해 우유를 팔아서 벌어들인 수익과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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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을 자세히 보면, 부동산 담보대출(주택 구입 담보대출 포함)이 1조2200억원으로 대부분(92.6%)을 차지했다. 부동산 대출은 전년(1조1410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790억원 증가했다.
대부분 개인이 집을 사려고 빌려 간 것이다. 개인 사업자와 법인 사업자를 뺀 순수 가계대출은 1조50억원으로 전체의 76%였다. 여기에서 순수하게 주택 구입을 목적으로 빌려준 돈이 3880억원(전체 약 30%)이다. 주담대는 1년새 1030억원 증가했다. 생계자금 등 모든 종류 대출 가운데 유일하게 늘어난 것이 주담대다.
일반인 대상 대출이 증가해 눈에 띄었다. 비조합원 대상 대출은 지난해 7420억원을 확정해 6260억원을 집행됐다. 확정액과 집행액은 전년보다 750억원과 540억원 각각 증가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이 필요한 이들은 시중은행으로 먼저 가고, 부족하면 2금융권으로 가는 게 흐름”이라고 말했다.
서울우유가 여신(대출)과 수신(예·적금 등) 사업을 하는 근거는 농업협동조합법이다. 이 법을 기반으로 설립한 서울우유와 같은 조합은 타인의 돈을 맡고 이자를 주거나 다른 이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신용 사업을 할 수 있다. 사업 대상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서울우유의 매출 대부분은 본업인 유업에서 발생한다. 작년 매출 1조7540억원 가운데 경제사업(우유 등 매매)이 1조7020억원으로 97%를 차지한다. 이자수익 387억원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에 불과하다.
이 비중은 내부에서 보기에 미미하지만 업계 전반에 비춰보면 부러운 숫자다. 다른 경쟁사가 우유를 팔아서 벌어들이는 연간 혹은 분기 이익과 서울우유 이자 수익이 맞먹는다. 작년 빙그레 영업이익(398억원)과 비슷하고 매일유업 분기당 영업이익(200억원대)보다 많다.
다만 지난해 이자수익은 2019년(458억원)과 비교하면 71억원이 감소했다. 지난해 대출 금리(신용등급에 따라 결정)는 주담대가 2.34~3.03%, 신용이 3.52~4.02%였다. 2019년 주담대(3.31~3.79%)와 신용(4.49~5.5%) 대출 금리와 비교하면 많게는 1%p까지 금리가 하락했다. 다른 금융권도 마찬가지였다. 시중 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019년 1.75%에서 지난해 0.5%로 내려간 영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하락기에는 대출이 늘지만 비례해서 이자 수익이 늘어나지는 않는다”며 “앞으로 금리가 오르고 변동 금리가 적용되면 현재 늘어난 대출금을 토대로 이자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