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청소노동자들이 곳곳에 널려 있는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전날(3일) 저녁 열린 음악회·불꽃놀이를 관람하러 왔던 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었다. 날씨 좋은 일요일, 공원에 나와 휴식을 즐길 시민들을 위해 청소노동자들은 휴일에도 풀숲에 떨어진 쓰레기까지 일일이 하나씩 주우러 허리를 굽혔다 펴고, 금세 찬 쓰레기봉투들을 서둘러 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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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찾은 한강공원 입구엔 전날 저녁 사람들이 남기고 간 치킨 상자, 먹다 남은 떡볶이, 일회용 젓가락, 음식점 전단지들 등이 쌓여 있었다. 한강과 가까운 풀밭에서도 서너 걸음에 하나씩은 쓰레기들이 밟혔다. 한강사업본부 청소노동자인 60대 김모씨는 “어제 저녁에 이미 동료가 재활용품을 수거해 갔는데, 오늘 아침 한 시간 동안 100ℓ 봉투 넘치게 쓰레기를 주웠다”고 했다. ‘세심한 배려와 함께 만들어가는 한강’이라는 글씨가 적힌 주황색 쓰레기함 인근에도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다. 음식물 전용 수거함이 공원 내에 있었지만 음식물이 남아있는 일회용 용기들, 재활용이 가능한 생수병 등이 뒤섞여 있어 모두 ‘쓰레기’가 됐다.
기간제 청소노동자 김형석(65)씨는 “코로나19 끝나고 나서부터 쓰레기가 두 배는 많아졌다”며 “특히 주말 거치면 두 배를 훌쩍 넘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원효대교 아래 쓰레기 집하장엔 이날 오전 10시 반쯤 100ℓ 쓰레기봉투 70여개가 쌓여 있었다.
청소노동자들은 힘겹단 반응이다. 안심근로제 청소노동자인 60대 이모씨는 “코로나19가 끝났고 이제 여름, 가을인데 한강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시기”라며 “공공근로자 일부가 중간에 그만두고, 기간제근로자도 힘들다고 나가니 일할 사람도 모자라다”고 했다. 이씨는 “행사 많은 이번 달엔 충원 계획이 없고 7월부터나 기간제근로자가 더 들어온다고 하니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거나 지정된 장소에 버리지 않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쓰레기 처리를 어렵게 만드는 환경도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행사가 있을 경우 주최 측이나 지자체에서 대비를 해야 한단 것이다. 전날 열린 음악회와 불꽃놀이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주최한 행사로 현장의 2000석 자리는 만석을 이뤘고 이외에도 많은 이들이 돗자리족, 캠핑족으로 공연을 봤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주최 측과 서울시가 행사장소 중간 중간에 임시쓰레기통을 추가 배치하고 이를 사전에 잘 안내했다면 사람들이 쓰레기를 마구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행사가 많아질 텐데 행사 대비와 사전 안내·홍보를 공무원들이 고민하고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공공근로자 등을 임시로 충원해서 효율적으로 관리하면 한강공원 등도 깨끗이 관리하고 청소노동자들의 수고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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