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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척추 수술을 받은 환자 4명 중 1명은 75세 이상 고령자였다. 특히 요추 내시경 수술, 후궁절제술, 척추 유합술 등 주요 수술법에서 고령 환자의 비율이 매년 증가하는 추세가 확인됐다. 이는 단순히 고령 인구가 늘어난 결과만은 아니다. 오히려 수술 기법의 발전, 사회적 인식 변화, 의료 관리 체계의 개선이 동시에 맞물려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수술 기법의 발전이 고령 환자 수술 증가를 견인했다. 척추 내시경 수술 등의 최소침습적 술식은 절개 범위가 작아 회복이 빠르고 출혈이 적어 고령 환자에게도 부담이 적다. 과거 같으면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수술을 포기했을 환자들도 수술을 고려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둘째,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적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고령 환자들은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을 더 큰 가치로 두는 경우가 많다. 신경 압박으로 걷기조차 힘든 고통을 참기보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수술을 통해 일상의 행복을 되찾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중요한 동력이 되고 있다.
셋째, 마취와 수술 후 관리의 개선 역시 중요한 요인이다. 최근 도입된 ERAS(Enhanced Recovery After Surgery, 수술 후 조기 회복 프로그램)는 환자의 영양 상태를 사전에 평가하고 통증 관리와 조기 재활을 체계적으로 시행하여 합병증을 줄이고 회복 속도를 높였다. 이러한 변화는 고령 환자가 보다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물론 고령 환자의 척추 수술 증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효율적인 재활치료와 장기적인 건강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다.
척추 수술은 연령이 아니라 환자의 전신 건강 상태와 치료 목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위험보다 이점이 명확히 클 경우 고령 환자에게 수술은 삶의 질을 되찾기 위한 선택지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또 평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허리와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야 말로 척추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이 나이에 무슨 수술이냐”는 말은 옛말이 됐다. 척추 수술은 더이상 특정 연령대의 전유물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건강 상태와 삶에 대한 목표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인 판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