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원작을 고집하는 것만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다.” 뮤지컬 ‘팬텀’의 원작자인 모리 예스톤의 지론이다. 지난달 28일 뮤지컬 ‘팬텀’의 한국 초연을 앞두고 방한한 작곡가 예스톤은 이데일리와 만나 “스스로 얼어 있지 않으려고 작품 개선에 노력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예스톤은 극작가 아서 코핏과 협업해 ‘팬텀’을 작곡한 원작자로 뮤지컬 ‘나인’ ‘타이타닉’ 등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 작곡가이자 작사가로 활약 중이다. 뮤지컬 ‘나인’이 국내에서 라이선스 초연된 적은 있지만 그가 직접 제작에 참여해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그렇다고 마냥 수정작업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배우와 작품에 시너지가 생긴다면 ‘오케이’이다. 그는 “관객을 느끼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국은 굉장히 유머러스한 배우들이 많다. 이를 테면 작품 속에 코믹적 요소를 더하는 식이다. 팬텀에 등장하는 ‘마담 카를로타’ 역을 맡은 배우는 정말 재미있다. 기대해도 좋다”고 귀띔했다. 이어 “셰익스피어는 원작을 바꾸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햄릿이 오토바이에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할 수도 있다. 작품을 실험하고 시도하는 것을 좋아한다. 작품은 그래야 살아 있게 된다”고 말했다.
뮤지컬 ‘팬텀’이 가스통 르루의 소설(1910)을 원작으로 한 또 다른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비교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예스톤은 “역사를 뒤돌아보면 ‘신데렐라’ ‘차이코프스키’ ‘미녀와 야수’도 굉장히 많은 버전으로 존재한다”며 “팬텀은 또 다른 이야기다. 또 다른 해석이 나오면 또 다른 버전의 팬텀으로 불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차이점은 존재한다. ‘오페라의 유령’이 오페라적인 요소가 많은 반면 ‘팬텀’은 굉장히 미국 뮤지컬스럽다. 또 전작이 팬텀과 크리스틴 다에의 사랑을 그렸다면 팬텀은 왜 에릭이 팬텀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는지 인간적 면모에 집중한다는 게 예스톤의 설명이다. 그는 “댄스안무도 다르고 코미디도 들어가 있다. 러브송도 있다. 원작은 같지만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버전에 대해서는 “그동안 팬텀에서 못 봐왔던 정통 클래식 성악가와 발레리나가 등장한다. 이 같은 시도는 한국이 처음”이라며 “발레와 신곡 4곡을 더했다. 미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수많은 ‘팬텀’을 봤지만 한국버전이 단연 최고다”고 한국 제작진과 배우연기에 극찬했다. 이어 “팬텀 역의 박효신만큼 노래를 잘 하는 배우는 없었다. 뉴욕에서라면 슈퍼스타가 됐을 것”이라며 “크리스틴 역의 임선혜 역시 음악적으로는 물론이고 드라마 스킬도 뛰어나다”고 감탄을 연발했다.
예스톤은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도 잊지 않았다. “팬텀은 남녀는 물론 아버지와 아들, 선생과 제자, 음악에 대한 사랑 이야기이도 하다. 사는 데 있어 사랑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이해하고 돌아가면 좋겠다”.
한편 팬텀은 가스통 르루의 원작(1910)이 바탕이다. 가면 뒤에 흉측한 기형의 얼굴을 숨긴 채 ‘오페라의 유령’이라 불리며 극장 지하에 숨어 사는 비극적 운명의 ‘팬텀’의 사랑과 상처에 대한 이야기다.
▶ 관련기사 ◀
☞ 막 오른 '팬텀'…'오페라의 유령'과 뭐가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