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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업무수첩들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거치며 박 전 대통령 등 국정농단 사태 핵심 인물들의 구속과 기소를 이끈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이 됐다.
23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 12일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선임된 지 이틀 만인 14일부터 업무수첩 작성을 시작했다.
선임 직후 박 전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참석한 안 전 수석은 지시사항을 기억하지 못해 질책을 받았다. 이 때부터 안 전 수석은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내용을 꼼꼼하게 메모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통령도 안 전 수석과 대화를 나누거나 통화를 할 때 메모하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5월 경제수석에서 정책조정수석으로 보직이 바뀐 뒤에도 메모 습관이 이어져 지난해 10월 청와대를 나올 때까지 무려 59권의 수첩을 작성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가운데 17권을 임의제출 받았다. 검찰은 수첩에 적힌 내용을 활용해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거뒀다.
나머지 39권은 올해 초 특검팀이 입수했다. 특검팀은 안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김건훈 청와대 행정관이 사무실에 수첩을 보관 중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김 행정관을 설득해 수첩을 임의제출 받았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지난 10일 열린 자신의 재판에서 “김 행정관이 특검에 추가로 제출한 수첩 39권은 (제출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의를 강요받았다”며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 수첩들은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하며 스모킹건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지난 19일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뇌물죄 재판에서 지난해 2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독대한 뒤 안 전 수석이 작성한 면담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수첩에는 ‘금융지주회사, 글로벌 금융, 빙상, JTBC, 외국인 투자기업 세제혜택, 글로벌 제약회사 유치’ 등 13개 키워드가 적혀 있다.
다음달부터 박 전 대통령의 18개 혐의 관련 공판이 시작되면 안 전 수석의 수첩 내용이 추가 공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구속된 이후 지난 17일 기소될 때까지 이뤄진 검찰 조사에서 “(안 전 수석이) 다른 사람에게 듣고 적은 내용 같다”며 수첩 내용을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