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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멸공에 여수멸치?..여수시 의장 "지역사회 분노 중"

김유성 기자I 2022.01.15 11:00:00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 인터뷰
여수·순천, 1948년 여순사건 아픔 남아
''멸공'' 명분 아래 1만 지역민 희생돼
때늦은 색깔론으로 비화될까 우려도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역 사회는 분노하고 있다.”

지난 5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멸공’과 관련한 글을 올린 이후 열흘. 멸공 논란은 ‘표현의 자유’에서 지역 사회 분노로 파급돼 가고 있다. 3일 뒤(1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나경원 전 의원 등이 뒷따라 ‘멸공’ 퍼포먼스를 보인 게 계기가 됐다. 이들 정치인들이 들고 찍은 ‘여수멸치’ 때문이다.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은 지난 12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수 지역 정서를 전했다. 1948년 정부에서 보낸 군대가 일으킨 반란 사건으로 지역민들이 아픔을 겪었던 사건을 중앙 정치인들이 알고 있었다면, 쉽사리 그런 퍼포먼스를 펼쳤겠는가라는 의견이다.

전 의장에 따르면 당시 ‘멸공’이라는 이름 아래 1만명 가까운 지역민이 희생됐다. ‘여수멸치 퍼포먼스’는 지역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강한 분노감을 일으켰다는 게 전 의장의 설명이다.

여순사건은 한때 교과서에서 여순반란사건으로 소개됐다. 제주 4.3을 진압하러 가기 위해 여수에 머물던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키면서 발발했다. 군대에 잠입한 남로당원 등 공산당원의 획책에 따른 반란이었지만, 이 사건 과정에서 무수한 여수·순천 시민들이 사망했다.

전창곤 의장은 “제주 4.3의 쌍둥이사건이라고 비견할 수 있는 여순사건은 현대사의 아픔”이라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만 여수시의회 혹은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여수멸치’ 사건을 공론화할지 여부를 놓고는 지역 사회에서도 고민하고 있다. 특정 이념 논리와 지역 사회를 결부시켜놓은 뉘앙스가 분명 있지만, 자칫 여수 지역에 대한 비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멸치가 여수를 비하하는 또 다른 소재로 쓰일 수 있다는 걱정이다.

전 의장은 때늦은 색깔론으로 국민 분열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창곤 여수시의회 의장
다음은 여수시의회 전창곤 의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여수시 의회 의장으로서 최근 ‘멸공’ 챌린지로 ‘여수 멸치’를 들고 장을 보는 퍼포먼스를 야당 대선 후보가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우리 지역이 여수인데, 여수는 1948년 10월 19일 아픈 역사가 있다.

-지역민으로서는 떠올릴 수 밖에 없는 역사가 아닌가.

△그렇다. 그동안 숨죽이며 살아왔다. 빨갱이 지역으로 치부 당하면서 제대로 숨도 못쉬고 살아온 세월이 있었다. 여수·순천사건으로 지역에서만 1만1110명 정도 사망했다. 그 중에서도 여수가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그때 지역 인재들이 많이 사망했다. 이 지역에서는 큰 아픔이 있는 슬픈 역사다. 정치적인 목적으로 지역을, 그것도 전라도, 그중에서도 여순사건으로 아픔이 있는 여수 지역을 특정해서 정치에 이용했다는 게 슬픈 일이다.

-여수 멸치가 상호인지?

△여수 멸치라는 상호는 잘 모르겠다. 여수의 특산품 중 하나가 멸치다. 그런데 작년에는 멸치가 많이 안 잡혔다. 지역 수산 업계에서는 수심이 깊다. 많이 잡혀야 지역 경제가 잘 돌아간다. 최근 여수의 기후 변화라던가, 연근해 오염이 많이 되면서 멸치 등의 수산 자원이 고갈되고 있다. 지역 수산업계도 침체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을 폄하하는 기사가 떴다. 좋은 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것도 좋지만, 이 상황은 그렇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지역에 상처를 헤집어내는, 지지율 반등을 노린 정치적 술수나 지역 감정을 이용하는 게 아니겠는가. 해묵은 색깔론을 꺼내고 정치에 이용하는 작태로 우리 여수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SNS상에서 보면 굉장한 분노를 하고 있다.

-여수시 상인회나 연근해 업계에서 강하게 목소리를 내는지.

△아직 그런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다. 정치권을 향해 파편적으로 성토를 하고 있다. 특히 지역 시민사회 출신들이다. 그런 분들 위주로 분노하는 분위기는 있다. 조직적인 대응을 한다거나 그런 움직임은 없다.

-제주 4.3에 대한 얘기는 많이 회자가 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도 4.3에 대한 언급도 했고 본인이 직접 방문도 했다. 이상하게 여순사건에 대한 언급은 정치권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없는 것 같다. 군대가 반란을 일으킨 사건으로 지역사회가 고통을 받았는데도 여순 사건이 재조명 받지 못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제주 4.3 같은 경우에는 21년전에 2000년에 특별법이 통과됐다. 이후 제대로 된 진실 규명이나 명예 회복이 많이 진전됐다. 작년에 보상까지 가능하게 한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제주 지역민이) 굉장히 많은 치유를 받았다. 진실 규명도 많이 이뤄졌다. 특별법 통과 이후에 제주 4.3 평화재단이나, 제주4.3 평화공원 등도 굉장히 잘 꾸려지게 됐다. 많은 국민들이 아픈 역사에 대해서 알게 됐다. 제주도에 방문한 국민들도 많이 방문한다.

쌍둥이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여순사건은 그렇지 못하다. 그동안 특별법 제정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6월29일가까스로 통과가 됐다. 그래서 그 한을 일부분을 풀었다. 특별법이 진행됨으로서 진실규명이나 명예회복이 이뤄지고 제주처럼 재단이 만들어질 수 있다. 평화공원이 만들어질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이 통과가 됐기에 지역민들도 대단히 크게 환영하고 있다. 다만 특별법이 누더기가 되어서 통과됐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법이 통과한 것 자체로 지역민들은 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일이 벌어져서 안타깝다.

-고의성이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역사에 대한 무지라고 할까.

△그럴 것으로 본다. 다만 선거 때만 되면 경상도·전라도를 나눠 이용하는, 그런 색깔론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행태가 지금 21세기 반복되는 것 같아 굉장히 아쉽다. 정치라는 게 국민들을 통합시키는데 그 목표와 의의가 있다. 오히려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이렇게 남북의 긴장관계를 이용하려고 하는 것 같다. 대선에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은 알겠으나 이제 그런 것은 없어져야할 구시적인 행태이다. 그럼에도 또 반복되는 것 같아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안타깝다.

-더불어민주당도 이 부분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중앙당 차원에서 하지 않는 것 같다. 지역 의회 관계자로서 섭섭한 마음이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이 있긴 하다. 다만 (중앙당에서도) 이 프레임에 끌려 들어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동서 갈등으로 확산이 되면 불리하다. 아무래도 전라도 쪽 인구는 적고 경상도 쪽 인구는 많다 보니까 그렇다. 그 프레임으로 가다보면 이득될 것은 없지 않나.

국민의힘의 이준석 대표나 윤석열 후보 등 야당 사람들이 광주 518을 찾고 여수에도 오는 모습을 보였다. 이준석 대표는 여수에 와 여순사건 유적지를 돌아보면서 “여러가지를 돕겠다. 그런 아픔을 공감도 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는 것은, 표만을 위한 진정성 없는 행태였지 않았을까 싶다.

-여수 더불어민주당이나 여수시 의회로서나 사과를 요구한다던가 할 계획은 있는지.

△지역 위원회 차원에서 의원님들과 함께 상의를 해서 조만간 성명서를 발표하는 것도 추진을 해보겠다.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자칫 더 회자되면 ‘여수 멸치’가 지역 비하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부분을 키운 게 야당 쪽이라고는 하지만 걱정이 된다.

△자칫 잘못하면 그쪽에서 원하는대로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상한 데로 흘러가고 대선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다보면 국민적인 분열이 가지않을까하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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