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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다더니…수소충전소 편의점에 방폭시설 만들라는 정부

김상윤 기자I 2019.12.18 06:00:00

[규제에 막힌 수소경제]①
부대시설 설치시 8m이상 이격 또는 방폭시설 의무
수소업계 “편의점 등 부대시설 설치 근거 만들어야”
산업부 “수소안전에 대한 안전 우려 커…신중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지난 9월10일 문 연 국회 수소충전소 전경. 국회와 정부는 수소시설의 안전성을 강조하기 위해 전 세계 최초로 국회 내에 수소충전소를 지었다.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김형욱 기자] 서울시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A씨는 주유소 부지에 추가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려고 비용과 설치 조건들을 알아봤다. A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수소연료전지차(이하 수소차) 홍보모델을 자처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수소경제를 밀고 있는 만큼 수소차가 늘어나면 돈벌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수소충전소를 세우려면 3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이중 절반은 정부가 지원해 준다. 문제는 운영비용을 뽑을 수 있느냐였다. 하루동안 충전이 가능한 용량이 최대 25kg(승용차 기준 50대 분량)인데 현재는 1Kg당 마진이 1000원 꼴이다. 하루 2만5000원 수익으론 직원 월급도 못 준다.

A씨는 주유소와 달리 가스충전에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한 커피숍, 편의점 등 부대시설을 입점해 손실을 메우는 방법도 알아봤지만 현행 제도 아래서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르면 부대시설은 수소 저장시설이나 가스설비로부터 8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설치하거나 방폭시설을 갖춰야 한다. A씨가 소유한 부지는 8미터 거리를 확보하기엔 좁았고 방폭시설은 비쌌다. A씨는 계산기를 두드려본 끝에 결국 수소충전소 설치를 포기했다.

◇수소업계 “편의점 등 부대시설 설치 근거 만들어야”

17일 수소업계에 따르면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은 수소충전소 부대시설 제한 규정을 완화해달라는 요구서를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에 제출할 계획이다. 하이넷은 현대차, 한국가스공사 등이 손잡고 수소충전소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난 3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다.

하이넷은 수소충전소 운영시 발생하는 손실을 일부나마 보전하고 수소충전소를 민간 주도로 확충해 나가기 위해서는 수소충전소에 부대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규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앞서 사례에서 A씨가 비용을 더 들여 방폭시설을 설치하거나 부지를 넓혀 8m 거리를 확보한다고 해도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설치를 허용해 줄지도 미지수다.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는 부대시설 설치를 제한하는 조항은 없지만, 모호한 규정 때문에 민간사업자들이 수소충전소에 부대시설을 설치하기가 어렵다.

한 수소충전소 관계자는 “지자체에 부대시설 설치가 가능한지 문의해 봤지만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으면 쉽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담당 지자체 공무원은 만일의 사고시 법적 근거도 없이 허가를 내줬다가 책임을 지게 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말했다.

현행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에 따라 LPG충전소는 △ 충전소의 종사자가 이용하기 위한 연면적 100㎡ 이하의 식당 △자동차 세차를 위한 시설 △충전소에 출입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자동판매기와 현금자동지급기 등은 설치가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지자체는 이 조항을 근거로 LPG충전소에 부대시설 설치를 허가해 준다.

반면 수소충전소는 부대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수소충전소가 설치됐거나 설치 예정인 지자체에서는 관련 법에 ‘설치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없는 한 부대시설 허가를 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재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 중 부대시설을 갖춘 곳이 한 곳도 없는 이유다.

하이넷 관계자는 “관련 법에 수소충전소에 부대시설 설치가 가능하다는 명시적 조항을 넣는다면 수익성이 제고돼 수소충전소가 보다 빠르게 확충될 것”이라며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특례를 받는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소경제 민관협의체인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 관계자도 “일본 등 해외사례를 감안하면 수소충전소의 적정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편의점, 커피점 등 부대시설 설치가 필요하다”면서 “적절한 규제 개선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정부 “수소에 대한 안전 우려 커…신중해야”

문제는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5월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로 수소충전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게 가장 큰 걸림돌이다.

한 수소충전소 사업자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국회에까지 수소충전소를 설치했지만 일반 시민은 물론 공무원들도 수소충전소를 무슨 폭탄 창고처럼 생각한다”며 “인식 개선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수소충전소 확충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소 생산·저장·유통·활용은 글로벌 수준의 안전기준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강릉 수소탱크는 연구실험시설용으로, 철판을 접해서 만들었다. 반면 수소차·수소충전소 충전용기는 탄소복합섬유 재질이어서 충격을 받으면 폭발하는 대신 용기가 찢어지면서 수소가 새어나가는 방식이다. 수소는 밀도가 낮아 누출하면 대기 중으로 빠르게 퍼지기 때문에 폭발 위험성이 극히 낮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수소충전소가 보다 빠르게 확충되려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도 “수소충전소 수익성을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무턱대고 규제를 완화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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