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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유학생 섭퐁우(Sob Pongwu·24)씨는 올해 초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구하기 위해 한 달이나 고생했다. 부동산중개업체에서 좀처럼 방을 보여주지 않은데다 그나마 소개한 방은 월세가 터무니 없이 비쌌다. 그는 “한국에서 자취방을 구하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며 “가까스로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70만원짜리 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中 유학생 늘어나는데 집주인은 임대 거부
대학가 인근 원룸촌 건물주들이 중국인 세입자를 기피하면서 애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들은 시세보다 비싼 월세를 내거나 자취방을 아예 구하지 못하는 등 유학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 간추린 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유학생은 6만8184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유학생(12만3858명)의 절반이 넘는 수치다.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15년 5만4214명, 2016년 6만136명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늘고 있지만 이들의 한국생활은 녹록지 않다. 주거지 확보부터 난관이다. ‘중국인들은 시끄럽고 방을 더럽게 사용한다’는 집주인들의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 성북구 혜화동에서 부동산중개업체를 운영하는 이모(65)씨는 “집주인 10명 중 7명은 중국 유학생을 안 받으려고 한다”며 “중국인들에게 보여줄수 있는 방이 적은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중국인들이 자취방에 단체로 들어와 방을 더럽히는 바람에 3일 동안이나 대청소를 했다는 집주인도 있다”며 “이런 소문은 집주인들 사이에서 순식간에 퍼진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자취방을 구하더라도 이들이 내야하는 월세는 시세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부동산중개업체를 운영하는 김모(55·여)씨는 “집주인들이 중국인 유학생에는 월세를 시세보다 5만~10만원정도 더 받는다”며 “일종의 보상심리”라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 왕추이(Wang Chuyi·22)씨는 최근 친구와 함께 서울 성북구 정릉동의 한 자취방(방 2개)을 보증금 1000만원·월세 80만원에 계약했다. 왕씨가 사는 집의 시세는 보증금 1000만원·월세 70만원이었다.
왕씨는 “옆집보다 비싼 월세를 내는지 몰랐다”며 “집주인들이 중국인한테만 월세를 더 비싸게 받는다는 것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예상치 못한 차별에 배신감 느낀다”
중국인들은 예상치 못한 차별에 큰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이다.
5년 간 한국에서 살았다는 피아오(Piao·30)씨는 “부동산에서 ‘방이 없다’고 말하면 중국인들은 진짜 방이 없다고 생각할 뿐이지 차별받는다는 생각은 못한다”며 “부동산중개인이나 집주인이 차별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넘었다는 린팡칭(Lin Fangqing·24)씨도 “문화 차이는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좁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중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한다면 당연히 불쾌할 수 밖에 없다”고 불쾌함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문화교류 행사 등을 통해 중국인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국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서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중국인에 대한 선입견 문제는 주민 간의 자연스러운 만남과 잦은 문화교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문화원 등도 미디어 등을 통해 중국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