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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주식좀 알려다오” 80대 아버지도 주식 삼매경

이지현 기자I 2021.01.08 00:20:00

전국이 주식투자로 들썩…부동산 급등에 주식에 관심↑
지난해와 달라진 올해 투자패턴…다른 사람 쫓는 건 ‘위험’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사람들이 삼성전자 주식 사서 돈 벌었다고 하던데…그건 어디서 사는 건가요?”

이정한(83)씨는 오랜만에 동네 사랑방인 이발소를 찾았다가 귀가 솔깃한 얘기를 들었다. 삼성전자(005930) 주식을 가지고 있던 박노인이 돈을 벌었다는 것. 옆에 있던 최씨는 삼성전자 주식을 뒤늦게 샀다가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도 했다.

이씨는 “이제 주식을 모르면 사람들과 대화가 안 되는 거 같다”며 “사람들이 하도 삼성전자를 얘기해서 나도 아들에게 물어서 삼성전자 주식을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이런 상황은 비단 고령자들에게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젊은 세대에서도 주식을 모르면 말이 안 통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 상승장 무조건 올라탔다간 ‘삐끗’

7일 이데일리와 만난 10년 차 직장인 윤정은(39)씨는 “20대 초반 신입사원들도 밥 먹을 때 온통 주식 얘기만 한다. 이미 부동산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됐기 때문”이라며 “나만 가만있는 거 아니냐는 조바심에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깔고 처음으로 주식 100주를 사봤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상황 속에 부동산 가격 급등과 규제로 갈 곳을 잃은 유동성이 증시로 쏠리고 있다. 코스피가 3000선을 뚫는 등 날마다 상승하며 기록을 쏟아내자 일각에서는 ‘일단 아무 주식이나 사고 보자’식의 투자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충분한 공부 없이 덤볐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세계적인 투자 대가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잭팟을 터뜨렸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을 성공적인 투자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실제로 올해는 지난해와 전혀 다른 시장 분위기가 펼쳐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룬 다른 사람의 성공 방정식을 따라갔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는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며 너도 많이 오른 유동성 장세가 나타났다”며 “특히 중소형주 주가가 더 많이 올랐지만, 올해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해 벽두부터 이어진 강세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것은 대형주다. LG화학(051910), SK이노베이션(096770), 현대차(005380), 현대모비스(012330), 삼성SDI(006400)는 지난 4일 7%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이 3조원 이상 늘었다. POSCO(005490)(포스코), 삼성SDS(018260), 삼성물산(028260), LG전자(066570), SK(034730)도 하루 만에 1조원 이상의 시총이 늘었다. 이 연구원은 “올해의 경우 수출이 좋아지고 실적 펀드멘털이 강화하며 대형주가 시장을 압도적으로 끌고 가는 게 강하다”며 “만약 실적 좋은 대형주 위주로 (매수에) 들어간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달콤한 투자 수익…오히려 독 될 수도

초보 투자자가 주의해야 할 것은 또 있다. 바로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폭락장에서 급상승하며 투자수익을 챙긴 개인투자자들이 자신감에 과감한 배팅을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과감한 투자가 이익으로 계속 이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기는 투자’의 피터 린치는 “내가 엄청난 투자의 오류를 하나 고른다면, 그것은 주가가 오르면 자신이 투자를 잘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투자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관련 종목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봤다. ‘누가 이 종목은 오를 거라더라’라는 근거 없는 소문에 의지해 투자하는 것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초보 투자자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여윳돈이 아닌 빚 내서 투자하는 경우다. 6일 기준 신용융자 잔고는 19조9556억원으로 나타났다. 전날보다 3314억원 더 늘었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례가 하루가 다르게 늘며 20조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시가총액대비 신용융자 잔고가 더 가팔라지는 국면에 가면 이상 증후가 생길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내가 가진 주식이 1%인데 빚을 1% 이상 더 낸다면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힘들어질 수 있다. 빚내서 투자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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