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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늘 사람을 세운다. 주로 남자다. 애써 찾아내려 하지 않아도 항상 보이는 ‘공통점’도 있는데. 뭔가 생각에 골똘하거나 침묵하는 중. 앞모습보단 옆모습·뒷모습을 보이지만 ‘빈손’인 적은 없다. 가방이든 휴대폰이든 무엇이든 쥐여주고, 아니라면 팔짱이라도 끼게 하고. 맞다. 깔끔한 도시남자, 그 자체다.
작가 권대훈(48·서울대 조소과 교수)은 인물을 빚는다. 조각이 우선인 듯하다. 하지만 그 인물을 그냥 세우는 경우도 없는 듯하다. 바탕이 되는 그림이 따른다는 얘기다.
‘드로잉 3’(2020)이란 타이틀을 단 작품이 그중 한 점일 터. 10여년 전 그린 동명의 연필드로잉에서 옮겨낸 작품은 대상과 이미지에 대한 작가의 오랜 성찰을 눈앞에 바로 드러낸다. 고민이 됐든, 휴식이 됐든 ‘완성의 찰나’에는 ‘숙성의 영원’이 뒤따른다는 뜻이려나.
작가는 현재와 기억 속 두 이미지를 교묘하게 섞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심리·감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까지 해낸다. 들여다볼수록 빠져드는 이유일 거다.
10월 17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2길 아뜰리에아키서 여는 개인전 ‘스틸 인 더 포레스트’(Still in the Forest)에서 볼 수 있다. F.R.P 레진·아크릴 페인트·리넨·스틸·나무보드. 101×35×141㎝. 작가 소장. 아뜰리에아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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