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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셀2000 지수는 2264.95로 또다시 연고점을 갱신했다. 이날 하루 상승 폭만 3.5%에 달하고 6월 말과 비교하면 10% 급등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 러셀2000 지수가 지난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연속 랠리 중”이라며 “반등의 계기는 금리 하락 궤적에 대한 확신”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이 풍부한 대형 기술주보다 차입 비용에 의존하는 중소형주는 금리 향방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실제 지난 11일 둔화된 6월 CPI 발표 이후 9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고, 이후 러셀2000 지수는 10% 뛰었다. 같은 기간 S&P500은 0.6% 상승하는데 그쳤다. 특히 미국 연준이 주시하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1%, 전년 대비 3.3% 올라 둘 다 약 3년 만에 최저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구나 지난 주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재선 가능성을 시장이 반영하면서 성장주 반대편에 있는 중소형주가 부각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당시 보호무역주의, 감세, 볼커룰 폐지, 에너지 자립으로 요약되는 트럼프 정책 공약으로 중소형주와 경기민감주 중심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선거일 이후 한 달 동안 러셀2000이 16% 올라 대형주 러셀1000 상승률 5.4%를 10%포인트 이상 상회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총격 사건으로 트럼프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라며 “트럼프 당선확률이 55%를 넘어선 이후부터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2016년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정책 공약이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11월 대선까지 큰 이변이 없다면 시장 색깔은 유지될 것이라 생각한다. 2016년 때 대선 이후 나타난 변화가 한 박자 먼저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 국내도 중소형주 회복 조짐…산업재 주목
국내 시장은 여전히 중소형주가 회복 과정에 있다.
미국 러셀2000 지수 급등하기 시작한 기간(10~16일)과 맞물려 보면 코스피 대형주는 2878.23에서 2873.43으로 0.2% 하락했지만, 중형주(3072.79→3090.81)와 소형주(2379.16→2382.96)는 각각 0.6%, 0.2% 상승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사이즈별 강세를 보면 코스피는 중형주, 코스닥은 소형주가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며 “직관적으로 이런 강세가 확인되려면 1주에서 2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나 연구원은 “현재 국내에서 트럼프와 금리 인하 모멘텀으로 시장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섹터는 금융·산업재(트럼프 당선 가능성)와 의료(금리 인하 기대감)라고 본다”며 “특히 금융·산업재의 상승으로의 태세 전환은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더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스피 산업재 최근 1주일 수익률 상위 기준으로 보면 기계와 건설주가 상승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과 임대2법 폐지 논의 속에서 상승하고 있는 종목들이다.
김수연 연구원도 “국내 시장과 연관해 생각해보면 미국의 주택건설 인프라는 국내 기계와 컨테이너 운송 수요를 일으킬 수 있다”며 “최근 며칠 건설이 반등하기 시작했고 건설기계도 상승 탄력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호무역주의는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에 유리하다고 생각한다”며 “낮은 금리는 바이오에 우호적인데, 올해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전도 활발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