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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곳 변전소 증설 계획 차질은 곧 수도권 전체의 전력수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8기와 강원 석탄화력발전소 8기(3기는 건설중)에서 발전하는 총 17기가와트(GW)의 전력 중 8GW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동해안~수도권 HVDC의 ‘종점’격인 곳이다.
정부와 한전은 수도권 전력망 부족에 대비해 총 4조600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신가평변전소, 그 이듬해 동서울변전소까지 잇기로 했고 하남을 뺀 대부분 지역과의 협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출발점인 경북 울진 1호 송전철탑 준공을 시작으로 이미 공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곳이 설비용량을 현 2GW에서 7GW로 늘리는 증설 사업에 차질이 생기며, 발전량을 늘려도 실제론 수도권에서 쓰지 못하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전력을 실제 사용하려면 변전소에서 필요한 전압으로 변환 후 각 가정·사업장에 보내야 하므로 변전소 증설 없인 발전량을 늘려서 보내도 무용지물이다. 이미 강원 지역 석탄발전소 5곳은 완공했으나 송전망 부족으로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이 2050년까지 600조원 이상을 들여 조성 예정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차질 가능성도 있다. 이곳 필요 전력 10GW 중 3GW는 신규 가스화력발전소 6기로 자체 조달 가능하지만, 나머지 7GW는 충청, 강원, 호남 지역에서 끌어와야 한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망 구축에 차질을 빚으면 국가 차원의 전력 체계가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주요 산업 시설이 우리나라를 떠나는 수밖에 없다”며 “지역 주민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전제한 실질적인 협의와 함께 국익을 고려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