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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만전자 임박 속 외로운 하이닉스…"독점 아니어도 괜찮아"

김인경 기자I 2024.07.09 05:20:00

상반기 67% 올랐던 하이닉스, 7월 주가 역주행
''상반기 주춤'' 삼성전자, 이달 7% 오르며 9만원 코 앞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증 시 HBM 독점 깨질까 우려"
HBM 주도권 여전…깜짝실적 기대감도 확대 중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8만전자에 안착한 삼성전자(005930)가 9만원대를 넘보고, 코스피도 2800선 다지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상승장에서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종목도 있다. 상반기 무려 60%대 급등세를 탔던 SK하이닉스(000660)다.

삼성전자가 2분기 시장 기대치를 한참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에 더해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조만간 납품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반면 지금까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하는 것을 기반으로 올랐던 SK하이닉스는 독점 체제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에 상승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하반기 되자마자…오르는 삼성전자·내리는 하이닉스

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는 전 거래일보다 2500원(1.06%) 내린 23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 하락세(-0.16%)보다 더 가파른 내림세다. 반면 시가총액 상위 1위인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0.34% 상승하며 8만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21년 1월 25일(종가 기준, 8만9400원) 이후 3년 5개월 여 만의 최고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올 들어 반대의 흐름을 보여왔다. 상반기만 해도 삼성전자는 3.82% 오르는 데 그치며 코스피 상승률(5.37%)보다도 저조했다. 그 사이 SK하이닉스(000660)는 무려 67.14% 오르며 14만원대였던 주가가 23만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가 7.24% 오르는 사이 SK하이닉스는 1.27% 빠지며 상반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는 HBM이 손꼽힌다. HBM 경쟁에서 다소 밀리는 것으로 평가받아온 삼성전자가 드디어 엔비디아의 인증 테스트에 통과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며 두 종목의 주가 흐름도 달라졌다는 얘기다.

HBM은 D램(DMAM) 여러 개를 쌓아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데이터 처리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연산 작업을 돕는 역할을 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HBM3)와 5세대(HBM3E)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품질검증)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테스트가 진행 중인데다, 하반기 들어 삼성전자의 인증이 막바지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리며 HBM 수혜가 삼성전자에도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전망이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국내 증권가는 이르면 8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조만간 HBM3E 8단의 인증 결과가 나올 전망이며 12단의 결과도 3분기 말 알게 될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수요 증가에 대비해 삼성전자의 HBM3E에 대한 구매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독점 깨져도 주도권 여전”…실적 기대도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테스트를 통과하면 SK하이닉스의 독점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락은 이 같은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SK하이닉스가 작지 않은 덩치인데도 상반기 급등할 수 있었던 것은 엔비디아 밸류체인이기 때문”이라면서 “밸류체인이 무너진 것은 아니어도, 다른 경쟁사가 합류한다면 기대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고 해도 SK하이닉스가 누리는 지위는 여전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청 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보다 높은 생산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경쟁사들이 이 수율 격차를 좁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적어도 1~2년 이내 SK하이닉스가 판매 주도권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라고 판단했다.

실적 기대감도 유효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전망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2분기 매출액 평균치는 전년 동기보다 119.58% 증가한 16조420억원,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해 5조7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석 달 전만 해도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7996억원이었지만 막상 4~6월을 지나며 눈높이가 100% 가까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호황이 SK하이닉스의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일부 증권사는 6조원대의 영업이익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상상인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6조 1780억원, DB투자증권은 5조 7504억원, 유안타증권은 5조 4090억원 등으로 전망치를 웃도는 전망치를 제시하고 있다.

정민규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의 HBM 양산에 따라 HBM 매출액 점유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안정화된 수율과 HBM 설계 역량 리더십을 기반으로 이익 점유율은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하반기 실적 개선이 가속되며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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