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일하는 공무원 정모(27)씨는 코로나19 유행 감소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30일 월요일에도 평소처럼 마스크를 끼고 출근할 계획이다. 마스크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해야 할 그에게 ‘최후의 보루’라고 했다. 정씨만이 아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이 자유로워져도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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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정부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다음날부터 △의료기관·약국 △감염취약시설 △대중교통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2020년 10월 이후 2년 3개월여 만에 실내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의무가 아님에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싶다는 이들이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멤버스가 지난 11~12일 성인 2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실내에서 계속 쓰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65.5%에 달했다. 대민업무가 많은 지자체 공무원이나 경찰관, 카페 및 요식업계, 강사와 교사들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스스로는 물론, 타인을 위해서 마스크를 쓰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의 한 지방검찰청에서 일하는 2년차 공무원 장모(31)씨는 “마스크를 쓴 채로 임용이 됐는데 이제 와서 벗는 게 더 어색하다”며 “대민업무를 하게 되면 얼굴이 알려지는 것도 싫고, 어느 정도는 마스크로 가리고 싶다”고 했다. 몇몇 프랜차이즈 카페와 요식업체들이 직원들에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키로 한 방침을 반기는 직원들도 꽤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부점장인 김모(31)씨는 “이미 우리는 2년 넘게 손님들에게 ‘마스크 써주세요’라고 말하기도 지쳤기 때문에 ‘차라리 내가 쓰고 만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며 “점심시간 등 피크 시간대나 주문이 밀렸을 때 마스크로 힘든 표정이라도 가리고 싶다”고 토로했다. 시흥 목감의 한 카페 아르바이트생인 문모(27)씨는 “마스크를 벗으면 아무래도 화장에 더 신경써야 하고 피곤해질 것 같다”며 “얼굴을 드러내고 일하는 게 상상이 잘 안된다”고 했다.
◇ “나만 위한 게 아냐…남 위해서라도 쓸 것”
불특정 다수, 특히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는 취객 등을 상대할 경우가 많은 경찰들 사이에서도 ‘마스크 사수’ 분위기가 감지된다. 서울 강남의 한 파출소 팀장급인 A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취객, 시비 신고 자체가 늘어났고 이들 중 태반은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며 “힘을 쓰거나 뛰느라 땀이 날 일이 많아 마스크를 벗고 싶긴 하지만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집된 공간에서 일하는 교사, 강사들은 “나뿐 아니라 학생, 수강생들을 위해 쓰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강의로 비말 분출이 불가피한 직군이다. 서울 성동구의 한 중학교 과학 교사인 임모(30)씨는 “교사들은 수업 중에 써야 하지 않을까”라며 “새 학기 방역 지침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마스크는 변함없이 쓰겠다”고 했다. 대전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강사 윤모(29)씨도 “밀폐된 환경에서 계속 강의를 해야하니 말 하는 나라도 쓰는 게 맞다”고 했다. 실제로 대형 입시학원 등에서도 실내 마스크 의무를 유지할 지침을 세운 걸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대중교통 탑승 중엔 마스크를 써야 하고, 승강장이나 역 내부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정부 지침 등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차라리 계속 쓰는 게 속 편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직장인 김모(35)씨는 “어차피 마스크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얘기잖나”라며 “지하철을 기다릴 땐 마스크를 벗고 지하철을 탈 땐 쓰는 식이라면 차라리 그냥 계속 쓰는 게 낫다”고 했다.
한편 2년 3개월여만의 변화를 앞두고 방역당국은 손씻기와 환기 등 개인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그러면서 고위험군 접촉, 환기가 어려운 ‘3밀’(밀접·밀집·밀폐) 환경 등에는 마스크 착용을 ‘강력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