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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캉으로 음모 밀고 "감사하지?"…'후임' 잡는 해병대

이선영 기자I 2022.04.26 00:00:08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해병대 연평부대에서 선임 병사 여럿이 막내 병사에 구타, 성고문, 식고문 등 가혹행위를 반복적으로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 신고로 해병대 군사경찰 수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가해자들이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어 증거 인멸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25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13명이 머무는 생활관에서 A병장과 B상병·C상병 등 선임병 3명이 가장 기수가 낮은 막내 병사인 피해자를 구타하고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센터에 따르면 인권 침해 행위는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돼 피해자가 같은달 30일 간부에게 보고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가해자 중 C상병은 ‘심심하다’는 이유로 복도에 앉아 있는 피해자의 뒤통수를 치고 웃거나 뺨을 때리는 등 폭행을 하고 협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B상병도 피해자를 자신의 침대로 불러 폭행하고 이어 C상병이 다시 피해자를 침대로 불러 폭행을 가한 일도 자주 있었다고 센터는 전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상의를 탈의시켜 신체를 만지고 신체 특정 부위에 빨래집게를 꽂은 뒤 손가락으로 튕겼다. 같은날 저녁 7시 샤워를 마친 피해자에게 B상병과 C상병이 접근해 바리캉으로 피해자의 음모를 밀었다. B상병은 피해자에게 “선임이 했는데 ‘감사합니다’라고 해야지”라는 말도 했다.

이어 밤 10시쯤엔 흡연실에 있던 피해자에게 B상병이 찾아와 바지를 벗게 하고 특정부위를 보여줄 것을 강요했다. 피해자는 주변에 있던 선임 병사들에게도 자신의 신체를 3~4차례 보여줘야 했다.

참다못한 피해자가 지난달 30일 피해 사실을 공론화한 뒤 사안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지난 20일 해병대 군사경찰대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고 군검찰로 송치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로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병대 연평부대 내 인권침해 및 구타, 가혹행위 관련 사건 내용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센터는 “범죄가 반복적, 집단으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 간의 증거인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구속 수사가 이뤄졌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강도 높은 감사를 통해 해병대의 인권침해 사건 처리 과정을 점검하는 한편,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해당 부대는 지난 3월말 피해자와 면담을 통해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했다”며 “군사경찰 조사 시 가해자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으며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어 불구속 수사 후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향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며 유사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병영문화혁신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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