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도입된 지 1년 3개월 된 청와대 국민청원 제도가 최근 실효성 논란에 휘말리며 일부 시민들이 제도의 개편·폐지 요구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화선은 지난 14일 올라온 ‘이수역 폭행 사건’ 관련 청원이었다. 게시 하루 만에 청와대 공식답변 기준인 20만명을 훌쩍 넘어섰지만 청원인이자 사건 당사자인 여성의 주장이 실제 경찰 수사 결과와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다음 날인 15일부터 25일까지 11일 간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청원 제도의 개편·폐지를 요구하는 청원 50여건이 연이어 올라왔다. 좀 더 기간을 늘려서 검색해보면 비슷한 내용의 청원은 1000건이 넘는다.
개편을 요구하는 청원인들의 제안은 다양했다. 대표적으로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청원인이나 동의인 모두 본인 인증을 받아 글을 올리게 하면 지금처럼 무분별한 청원이 난무하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 골자였다. 추가로 실명제를 도입해 사실과 다른 글을 올린 청원인에게 페널티를 부여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의견도 많았다. 예를 들어 “등록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글을 노출되게 하면 그동안 충분한 사실확인이나 검수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나 “청원 동의 후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동의를 취소할 수 있는 기능을 넣어달라”, “청원 동의와 마찬가지로 청원 반대 기능도 넣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
이밖에도 “청원인이 글을 올릴 때마다 소정의 보증금을 내게 한 뒤 일정 수준 이상 동의를 얻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하자”는 독특한 제안도 있었다. 한 명의 청원인이 비슷한 내용의 글을 계속 올리는 이른바 ‘도배’ 문제에 대한 대책이었다.
반면 아예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인도 많았다. 이들은 “국민청원 홈페이지가 소통의 창구가 아닌 분쟁의 광장으로 변질됐다”, “불만 배출구로 전락했다”, “인민재판, 여론몰이, 마녀사냥이 벌어지고 있다”, “제2·제3의 피해자를 만들고 있다”는 등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국민청원이 공식답변 기준인 20만명을 채워도 청와대에서는 형식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다”면서 “해결되는 일은 없이 국민 갈등만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 청원인도 있었다.
한편 청원 게시판 책임을 맡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은 19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국민청원의 순기능은 살리고 역기능을 줄이는 방향에서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내년 초에 개선안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시사했다.
국민청원 제도 개편과 관련해서는 △청원인 실명확인 등 진입장벽 강화 △청원 내용의 일반공개 기준 강화 △청와대·행정부 권한 아닌 사안에 대한 답변 거부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