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17일 이 해괴한 변명이 통했다.
당일 대전고법 청주 제1형사부는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사망 사고를 낸 허모(당시 37) 씨의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사고를 냈으며 사고 후 곧바로 구호조치를 했다면 과연 피해자가 사망했을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면서도 허 씨의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선 원심과 같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
사고를 낸 허 씨는 뺑소니는 물론 망가진 차량을 몰래 수리하는 등 범행을 은폐하다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같은 달 29일에야 경찰에 자수했다.
허 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일 소주 4병을 마셨다”고 자백했지만, 재판이 시작되자 허 씨 측 변호인은 “혈중 알코올농도를 특정할 수 없는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검찰은 위드마크(Widmark) 공식을 적용해 허 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면허 취소 수준으로 산정했다. 위드마크는 마신 술의 도수와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 직후 19일 만에 검거됐기 때문에 사건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할 수 없었고, 검찰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제시한 수치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허 씨가 유족과 합의한 뒤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양형이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사고 당시 피해자인 강 씨가 임신 7개월 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들고 귀가하던 중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크림빵 아빠’로 불렸다.
사범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아내와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강 씨는 어려운 형편 탓에 화물차를 몰면서 생계를 유지했는데, 그날도 새벽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 나기 10분 전, 강 씨는 아내와 통화하면서 “좋아하는 케이크 대신 크림빵을 사서 미안하다”, “태어날 아기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의 크림빵은 허 씨의 음주운전 뺑소니로 아내에게도, 아기에게도 전해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