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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롯데, 되풀이 되는 잡음…'인사가 만사' 교훈 새겨야

함지현 기자I 2018.12.18 18:25:59

수일에 걸쳐 인사 단행한 2015년 이후 사전 노출 이어져
퇴임 통보 이후 길게는 일주일 '불편한 동거' 불가피
신임자 화려한 등장보다 퇴임자에 최소한의 예의 갖춰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롯데의 인사가 또다시 사전에 유출되며 후진적인 기업문화가 지탄받고 있다. 퇴임 사실을 알고도 길게는 일주일 가량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인사는 새로운 승진자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만큼 떠나야 하는 사람은 불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사실이 미리 알려지면 본인뿐 아니라 후임자, 남은 시간 동안 함께 생활해야 할 직원들 모두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 차라리 인사가 나 버리면 공식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지만 소문이 먼저 돌 경우 서로가 곤란하다. 그래서 당사자에 대한 퇴임 통보는 대부분 인사 1~2일 전에 이뤄진다.

삼성의 경우가 그렇다. 승진자보다 퇴직자를 먼저 챙기는 문화로 인해 인사 발표 하루나 이틀 전 전화나 면담으로 퇴임 사실을 알린다. 조직 피라미드 꼭대기에 위치해 인사 대상이 될 경우 파급력이 큰 사장단 인사는 한 번에 마무리하면서 불필요한 잡음도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롯데는 이 기간이 길어서 탓이다. 인사를 3일에 걸쳐 진행한다. 이 같은 시스템을 정착한 건 2015년(2016년도 인사)부터다.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약속한 시기였다. 당시 롯데를 확실히 장악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새롭게 등장할 ‘내 사람’을 화려하게 등판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공식적인 인사가 나기 전 너무 이른 언질을 받은 경우 얘기가 밖으로 새나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롯데는 3일에 걸친 인사를 처음 시작한 2016년도 인사부터 인사 내용이 외부에 미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6년도 인사 직전 이홍균 당시 롯데면세점 대표가 잠실 롯데월드타워점 수성에 실패해 장선욱 대표로 교체된다는 내용이 사전에 퍼졌다. 2017년도 인사 전에는 황각규 당시 정책본부 운영실장이 경영혁신실장을 맡게 된다는 내용과 소진세 사장이 준법경영위원장을 역임한다는 내용이 알려졌다. 2018년도 인사에서는 황각규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미리 전해졌다.

롯데의 2019년도 인사 역시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이어진다. 인사이동이 있는 BU장에게는 지난 14일, 대표급은 16일, 임원은 17일에 사전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전에 퇴임 사실을 통보받은 셈이다.

이번에도 인사 내용이 미리 외부로 퍼졌는데, 미리 통보를 받은 인사들이 주변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당연히 조직 분위기는 뒤숭숭해지고 사기는 저하됐다.

특히 올해는 신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낸 해다. 퇴임자들 역시 오너의 부재 탓에 밤잠 설쳐가며 어렵게 회사를 지켜온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럼에도 신임자의 화려한 등장에 초점을 맞추느라 그림자에 가려진 퇴임자에겐 최소한의 예우조차 갖추지 않는 모습은 국내 재계 5위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계열사가 워낙 많다 보니 인사를 위한 이사회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2~3일에 걸친 인사를 하고 있다”며 “예우 차원에서 퇴임자들에게 자문·고문 역할을 맡기고 있는데 전임대표 2년, 임원 1년이었던 기간을 올해부터 1년씩 더 늘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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