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과 계약 끊으면”..쿠팡, 반칙 영업에 배달의민족, 공정위 신고 검토

김현아 기자I 2019.05.15 15:04:02

쿠팡, 경쟁사 내부 자료 빼내 부당경쟁 의혹
쿠팡, 시장조사 자료일뿐..영업사원 실수 인정
배달의민족, 화났다..공정위 신고 검토
쿠팡, 배민과 비슷한 업주 사이트는 내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실수인가. 고의인가.쿠팡이 준비 중인 음식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가 무리한 영업 활동에 따른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쿠팡이 현재 배달앱 업계 1위인 배달의민족 영업비밀을 침해했고, 음식점 업주 전용 사이트도 ‘그대로 베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쿠팡 측은 영업사원의 실수라는 입장이나,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고의성이 있다며 공정위 제소와 경찰 수사 의뢰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이커머스 시장에서 보여줬던 쿠팡의 공격적인 영업 행태가 불법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있고, 쿠팡과 우아한형제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들이라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쿠팡, 경쟁사 내부 자료 빼내 부당경쟁 의혹

15일 이데일리가 확보한 녹취록에 따르면, 쿠팡의 영업사원은 쿠팡이츠 출시를 위해 음식점 영입을 추진하면서 배달의민족의 자매 서비스인 배민라이더스의 ‘매출 최상위 50대 음식점’ 명단을 확보한 뒤 이들을 집중 공략해 배민과는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만 독점 계약을 맺도록 종용했다.

서울의 한 유명 음식점 업주와 쿠팡 영업사원의 대화에서 업주가 ‘(배민의) 매출 테이블을 어떻게 가지고 있나?’라고 묻자 쿠팡 영업사원은 “개발팀이 3천명 정도 돼 자료를 뽑아낼 수 있다. 구한 것은 대외비”라고 답한다.

쿠팡 영업사원이 업주에게 “배달의 민족 캔슬하시는 조건으로, 그 제일 잘 나온 한달의 매출이 있지 않습니까 배민의. 그거를 제가 해드릴 거에요. 게런티로”라고 말하는 대목도 등장한다.

업주가 ‘톱 50 업소에 비슷한 제안을 할꺼냐’고 묻자 쿠팡 영업사원은 “네. 그중에 B2B는 거를 것”이라고 답해 영업하려는 타깃이 배달의민족 우수 고객에 있음을 감추지 않는다.

◇쿠팡, 시장조사 자료일뿐..영업사원 실수

쿠팡 관계자는 “영업사원이 언급한 자료는 외부에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추정한 인기 업소 명단으로 시장조사 자료에 불과하다”며 “부정한방법은 사실무근이며 영업사원이 현장에서 기술력을 강조하려다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는 “배민과의 계약을 끊으면 더 큰 혜택을 주겠다는 영업 사원의 말 역시 쿠팡이츠가 제공할수 있는 혜택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영업사원의 다소 과도한 표현이었다. 영업사원 교육을 강화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화났다..공정위 신고 검토

그러나 우아한형제들은 쿠팡이 반칙을 불사하며 불공정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쿠팡이츠의 영업 활동이) 단순히 도를 넘은 정도가 아니라, 위법 소지까지 있어 보인다”며 “공정위 제소, 경찰 수사 의뢰, 소송 등 법적 대응까지 모든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쿠팡이 영업한 배민브라더스의 ‘최상의 매출 50개 업소’ 자료가 쿠팡 설명과 달리 배민 내부 자료일 경우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이고, 크롤링(긁어가기)이나 해킹 등의 수법을 썼다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이다.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의 업소 매출 정보, 업소의 위치와 업주 이름, 연락처 등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이다. 음식점 업주가 녹취한 쿠팡이츠 영업사원과의 대화에 따르면 쿠팡 영업사원은 “최근 6개월 기준 주문수를 보고 컨택했지만, 세부적으로 자세히 선정하기 위한 매출 표도 있다”고 말한다.

쿠팡이 배민과의 계약 종료를 전제로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고 유인한 부문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하게 경쟁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이 경우 과징금은 물론,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배달의민족이 운영 중인 사장님 사이트
▲쿠팡이츠의 사장님 사이트. 취재가 시작되자 내렸다.
◇쿠팡, 배민과 비슷한 업주 사이트는 내려

쿠팡은 쿠팡이츠의 업주 전용 사이트 ‘쿠팡이츠 스토어’를 배민의 업주 사이트와 유사하게 만들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내리기도 했다.

쿠팡 관계자는 “라이선스 이미지 공급 사이트를 통해 얻은 일반적인 사진으로,롤링 되는 여러 이미지 중 하나였다”면서도 “오해 소지가 있어 해당 사진은 바로 제외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이츠는 배달의민족 같이 주문만 중개하는 전통적인 배달앱 영역이 아니라 배민라이더스나 우버이츠처럼 배달원까지 직접 배정해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 카페 등의 음식을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수수료는 서비스 출시 초기 2~3개월 간은 5~10%, 이후에는 20%로 올려 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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