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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14억 中시장 열렸는데…韓카드사에겐 '그림의 떡'

정다슬 기자I 2015.06.04 16:37:23

1일부터 중국 신용카드 시장 개방
1700억원 등록 자산, 총자산 3500억원 등 진입장벽은 높아
카드사 공동으로 대응해야…정부 협력도 중요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중국 신용카드 시장이 지난 1일 개방되면서 국내 카드사들의 진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미 국내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세계 최대 내수시장인 중국시장 진출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빗장은 열렸는데…“쉽지 않네”

그동안 중국당국은 신용카드를 발급하기 위한 청산·결제 업무를 유니온페이(은련·銀聯)에게만 허용해왔다. 그동안 중국에서 나온 카드가 모두 유니온페이와 ‘제휴’된 카드였던 배경이다. 그러나 세계무역기구(WTO)가 이는 외국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판단하면서 드디어 일정한 조건을 넘으면 국내 금융사도 독자적인 ‘우리 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됐다.

카드업계도 14억 소비자를 등에 엎고 성장하는 중국의 개방 정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롯데카드는중국 신용카드 시장 진출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검토하고 있다. 이미 백화점·마트·영화관·테마파크 등 10여개 계열사가 진출해 있어 롯데카드 진출이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현재 제시한 조건만 살펴보면 우리처럼 은행계 카드사가 아닌 개별 카드사가 신용카드 발급 허가를 받을 수 있을지 명확치 않다”며 “진출 자체를 접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결제·청산 기능을 허용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내세운 기준이 만만치 않다. 우선 중국 내 등록자본금만 10억 위안(약 1740억원) 이상이고 주요출자자는 신청일로부터 1년 전 총자산이 20억 위안 또는 순자산이 5억 위안 이상 이어야 한다. 또 이사와 임원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중국 인민은행이 중국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설령 진출을 결정해도 유니온페이 및 해외 금융사와의 경쟁에서 고지를 점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한 카드사 고위관계자는 “공산은행만 하더라도 세계 1위 규모의 은행”이라며 “규모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 개별 카드사가 가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중국 내 카드가맹사는 우리나라의 3배가 넘는 800만~900만 개로 추정된다.

◇ 多者경쟁구도 진입…민·관 합동해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전문가는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박세영 여신금융협회 연구원은 “온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알리바바·텐센트 등 중국 IT 대기업이 이른 시일 안에 오프라인 결제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롭게 진출하려는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국내 카드사의 매입 네트워크, 카드발급, 브랜드 개발, 리스크 관리, 신용평가 등의 핵심업무 노하우를 수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식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소비시장에는 진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계가 있다. 카드사의 주 수입원은 한 건 결제할 때마다 발생하는 네트워크 수수료와 매입 수수료인데 직접 결제·청산업무가 없는 국내 카드사는 카드를 발급할 때마다 발생하는 발급수수료를 일부 취득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최근 들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신용카드, 할부 등 다양한 결제성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시장이 성숙할수록 신용 결제시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중국 인민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2014년 3분기 기준 신용카드 1장 당 평균 사용액은 1만 1688위안(약 210만원)으로 전체 카드 1장당 평균 사용액인 7544위안(약 136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카드업계가 공동으로 대응해 중국 진출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박 연구원은 “글로벌 카드네트워크인 비자(VISA)도 2008년 상장 이전까지는 2만 1000개 금융기관의 협동조합이었다”며 “국내 카드와 금융기관도 결제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가맹점 관리와 매입사를 설립하는 방안이 모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경제의 성장 활로를 찾는 관점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한국은행은 2011년부터 중국 주요 은행들과 현지에서도 국내카드로 현금입출금기(ATM) 출금을 할 수 있도록 협상하고 있다.

박이락 한국은행 금융결제국장은 “유니온페이 이외에도 청산·결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국내 카드사의 자체적인 결제망 구축은 그 다음 단계의 이야기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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