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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경제정책방향]‘철밥통’ 공공기관 호봉제 폐지…직무급제 도입 본격화

최훈길 기자I 2018.12.17 11:40:00

文 “연공서열 임금 구조 맞지 않다” 지적
내년 상반기까지 직무급 도입 매뉴얼 마련
경사노위에 위원회 설치, 임금 공시 강화
공공기관 구조개혁 취지, 노조 강력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열린 차담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를 나눴다. 홍 부총리는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직무급제 등 16대 과제를 상반기 중 반드시 성과가 창출되도록 중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이르면 내년부터 공공기관 호봉제가 순차적으로 폐지된다. 직무 평가·단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급제 임금 체계가 도입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철밥통’ 임금 구조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홍남기 “직무급제, 내년 상반기 중점 추진”

정부는 17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체질개선 및 구조개혁’ 과제에 ‘지속가능한 고용 모델 구축’ 방안 중 하나로 직무급제를 제시했다. 직무급제가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직무급제는 업무 성격, 난이도, 책임 정도 등으로 직무를 나눠 직무 평가·단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속연수에 따라 매년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와 달리 개인의 역량이나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진다. 공공기관 직무급제 도입은 내년 상반기 중 반드시 성과가 나오도록 중점 추진하는 16대 과제 중 하나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박근혜식 성과연봉제에 반대한다”면서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 역시 맞지 않다”며 직무급제 도입을 시사했다. 지난해 공기업(시장형) 직원의 평균 연봉은 8192만원에 달했다.

당초 정부는 올해까지 호봉제를 개편·폐지할 계획이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작년 12월20일 공공기관 CEO 워크숍에서 “내년 말(2018년 12월)까지 공공기관을 환골탈태시키겠다”며 “직무 중심으로 보수체계 개편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기재부는 한국노동연구원, 컨설팅 회사인 에프엠어소시에이츠(FMASSOCIATES)를 통해 2차례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하지만 노조 반발이 심해 예정대로 호봉제를 개편·폐지하지 못했다.

이번에 발표한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직무급 도입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내달부터는 임금정보 및 직무분석·평가 인프라를 확충하기로 했다. 내년 1분기부터는 직무 중심으로 임금·평가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컨설팅,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는 내년 중으로 신설기관, 정규직 전환 직종에 직무급을 우선 도입해 이를 확산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알리오)에 공공기관 임금 실태 관련 공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내에 직무급제 관련 위원회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이 위원회를 통해 내년 중으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하고 공정한 임금체계를 확산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기관별 특성 반영 △노사합의 자율도입 △단계·점진적 추진 등의 3대 원칙에 따라 직무급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임금체계를 연공급 위주에서 직무급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공공기관의 보수체계 개편부터 우선 추진할 것”이라며 “성과연봉제 도입 때처럼 노사 합의도 없이 밀어붙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 호봉제도 단계적으로 없애야”

그럼에도 노조 반발은 클 전망이다. 노조는 직무급제 도입에 앞서 공공기관 간 임금 격차부터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기재부가 공공기관 간 임금 격차 해소, 공공기관의 저임금 무기계약직의 임금체계 개선 등에 대해 어떤 해결 방안을 갖고 있는지 책임 있는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라영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현행 공공기관 호봉제는 민간 기업의 직장인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체계”라며 “이를 계속 가져가면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직무급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매년 보수가 저절로 올라가는 호봉제는 우리 미래의 걸림돌”이라며 “정부가 인센티브 방식을 도입해 공공기관부터 호봉제 폐지의 물꼬를 터야 한다. 단계적으로 공무원도 호봉제를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에는 우리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며 “정부가 국가 미래를 위해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임금체계 개편 등 ‘인기 없는 정책’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평균 직원 보수가 6700만원을, 공기업(시장형) 평균 직원 보수가 8100만원을 넘어섰다. 공공기관은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평균치다. 시장형 공기업은 공공기관 중 가장 보수가 높았다. 단위=원.[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공기관 임직원이 매년 1만명 이상 늘어 30만명을 돌파했다. 2018년은 3분기 기준, 단위=명, 정원 기준.[출처=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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