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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메달리스트 주민진 “쇼트트랙 폭행 대물림…차에 뛰어들까 생각했다”

장구슬 기자I 2019.01.17 09:34:25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심석희 말에 공감”

(사진=MBC ‘100분 토론’ 방송 화면 캡처)
[이데일리 장구슬 기자] 2002년 제19회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주민진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쇼트트랙계의 폭행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지난 15일 MBC ‘100분 토론’은 ‘침묵의 카르텔-체육계 성폭력’을 주제로 방송을 진행했고, 주 전 선수가 출연해 쇼트트랙계의 폭행이 과거부터 계속됐다고 밝혔다.

주 전 선수는 “한창 폭력이 심할 때 선수시절을 보냈다”며 “선수촌에 들어오기 훨씬 이전부터 선배들에게 쇼트트랙계에 만연한 폭행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한 심석희 선수의 말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면서 자신이 겪은 폭행 피해를 고백했다. 주 전 선수는 “저 또한 심 선수와 같은 생각을 했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기에 많이 공감했다”며 “전지훈련 같은 곳에 가서 ‘그냥 이대로 차에 뛰어들까?’라는 생각도 많이 해봤다”고 전했다.

이어 “저에게 심 선수가 폭로한 폭행 피해가 사실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사실이다. 폭행이 만연해 있다”면서 “많은 분들이 알아야 하기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심하게 폭행당했을 때 부모나 주변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했느냐?’라는 질문에 주 전 선수는 ‘코치와 감독의 절대권력’ 때문에 알릴 수 없다고 답했다.

그는 “쇼트트랙 특성상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어린 선수들은 판단력이 흐리고 코치와 감독의 말은 당연히 법처럼 따라야 한다고 안다”고 말했다. 이어 “쇼트트랙 내부 일은 밖으로 발설하면 안 된다는 지시가 떨어지면 그대로 따라야 한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다. 그냥 따라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 전 선수는 또 “세월이 지나고 여러 명의 지도자가 새로 들어왔지만, 폭력은 사라지지 않았다”면서 체육계의 폭력이 마치 대물림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재범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는 심석희 선수를 비롯해 4명의 선수를 상습 폭행한 혐의(상습상해 등)로 불구속기소됐다. 조 전 코치에 대한 항소심 결심공판은 오는 23일 열릴 전망이다.

조 전 코치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지난 14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심 선수가 법무법인 세종을 통해 지난달 17일 조 전 코치를 성폭력 혐의로 추가 고소하면서 기일이 잠정 연기된 바 있다. 검찰은 심 선수가 주장한 성폭행 피해와 기존 상해 혐의 사이에 연관성을 고려해 공소장 변경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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