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대량해고, 학생·대학 모두에 피해"…닮은듯 다른 강사법 해법

이정훈 기자I 2019.02.10 16:36:39

[강사법發 대학강사 구조조정]②대교협·민교협에 물었다
"강사 축소로 강의質 저하, 학문생태계 위협" 한목소리
등록금 규제 완화에 공감…대학 부담동참엔 의견 갈려
중장기 대책 필요…재정교부금제·협동조합 등 대안도



[이데일리 이정훈 신하영 기자] 대학 강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부 대학이 벌써부터 강좌 수를 줄이고 그에 맞춰 강사들을 해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일이 전국 대학가로 확산될 경우 신학기부터 강의를 듣기 위한 수강신청 전쟁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더 많은 강의를 떠안게 된 교수와 강사의 강의 질(質)이 떨어지는 등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강사제도개선과 대학연구 교육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의 박배균 상임 공동의장은 10일 “강사 대량 해고로 인해 정교수나 남은 강사가 한 학기에 최대 15학점, 1주일에 5과목까지 강의를 맡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며 “중·고등학교 교사도 1주일에 5과목 밖에 맡지 않고 상황에서 각각 내용도 다르고 수준도 높은 대학 강의를 이렇게 많이 맡게되면 곧바로 학생들이 받는 강의의 질이 떨어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4년제 일반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황홍규 사무총장도 “대학 역시 강사 대량 해고를 원하지 않는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을 걱정했다.

특히 대학들의 경쟁적인 강사 해고가 이어질 경우 `대학원 졸업→시간강사→교수 임용`으로 이어지는 학문 생태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박 의장은 “일부 운좋은 대학원생만 강사와 교수가 될 수 있다면 굳이 대학원으로 진학해 공부하는 학생들이 줄어들고 있고 이렇게 된다면 교수들이 제자를 키우고 학문 커뮤니티를 넓히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학문 생태계 활성화를 해칠 수 있다는 얘기다.

황 사무총장도 강사법 시행이 대학원생과 박사과정을 마친 연구인력 등 이른바 `학문 후속세대`를 키우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들이 대학에서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돕는 별도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강사법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해 대학들이 더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인데, 교육부가 이미 일부 지원 예산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부가 추가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학측과 대학들도 어느 정도는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강사진영의 주장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11년째 사실상 동결을 강제하고 있는 대학 등록금 규제를 푸는 일이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국가장학금 등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동결을 압박해왔다. 이 때문에 지난 2009년 740만9800원이었던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지난해 743만300원으로 10년간 0.28% 오르는데 그쳤다.

황 사무총장은 “등록금을 법정 인상률 수준으로만 올릴 수 있게 해줘도 대학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인다”며 정부가 강사법에 따른 재정부담을 더 책임지지 않는다면 등록금이라도 법적 테두리 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장도 이에 공감한다. 그는 “반값등록금 정책 등으로 인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다보니 재정이 취약한 대학들이 꽤 많고 대형 사립대 일부를 빼곤 재단 상황도 대체로 열악하다”고 인정했다. 그런 만큼 교육부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일정부분 지원하되 대학도 공공성과 공익성을 가진 만큼 일부 재정부담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단기적인 방법일 뿐이며 근본적으로 취약한 대학 재정과 그에 따른 학문 후속세대의 어려움을 낮추기 위한 중장기적인 고민도 필요한 때라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정부가 사립대에 대한 지원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는 대신 대학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감사하도록 하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는 게 박 의장의 논리다. 황 사무총장은 정부가 등록금 인상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규제를 풀고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상호부조 개념의 협동조합 설립이나 강사를 대상으로 한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연구과제 발주 등도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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