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다른 형태 가족이라고 불평등 겪게 할 수 없다”(종합)

김성곤 기자I 2019.05.26 17:28:26

26일 서울숲 ‘세상모든가족함께 숲속나들이’ 행사 참석
미혼모·다문화가족 등 다양한 가족과 토크콘서트 참여
“결혼·출산 통한 가족, 현재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0% 불과”

김정숙 여사가 26일 오후 서울숲에서 어린이들과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다. 이날 김 여사는 서울숲에서 열린 ‘세상 모든 가족 함께 숲속 나들이’ 행사에 참가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26일 “‘익숙하지 않은 형태의 가족’을 이루고 산다는 이유로 불평등과 냉대를 겪게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가족마당에서 열린 ‘세상모든가족함께 숲속나들이’ 행사에 참석, 미혼부·미혼모·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형태 가족들의 사연을 경청한 뒤 “‘세상모든가족’이 평등과 존엄을 지키며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그것이 ‘사람이 먼저’인 세상”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행사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부·미혼모·다문화 가족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포용성을 확장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희경 차관도 함께 했다. 김 여사는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부모가족 지원 확대 △미혼모 차별 해소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특히 다문화 가족이나 미혼모 가족을 청와대에 초청하거나 미혼모들이 출연한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우리는 인생의 여러 길 위에서 누군가를 만나 가족을 이룬다”면서 “누군가는, 내가 ‘가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 누군가는,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길’을 앞서서 걷는다. 그래서 또 새로운 길이 열린다. 틀린 길은 없다. 각자가 선택해서 걸어가는 모든 길이 각자의 정답”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혼과 출산을 통해 이뤄진 부모와 자녀의 형태’를 가족이라고 규정한다면, 그러한 가족은 현재 대한민국 전체 가구의 30%에 불과하다”며 “세상은 변하고 있다. 기존의 틀을 넘어선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크고 또렷해지고 있다. 그런데 법과 제도는?사람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는 “오늘 이 자리에는 인습을 넘어서서, 자신의 방식대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룬 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 편견과 차별 앞에 낙담하고 절망하기보다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분들”이라면서 “서로 다른 우리들이 서로 부족한 것을 채우며 살아간다. ‘너와 나’를 가르는 수많은 경계를 넘어 더 크고 더 넓은 ‘우리’를 완성할 때 우리는 우리들 서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다. 그것이 우리가 살고자 하는‘관용사회’이며 사람 중심의 ‘포용국가’”라고 강조했다.

김정숙 여사가 26일 오후 서울숲에서 ‘세상 모든 가족 함께 숲속 나들이’ 행사 참가 가족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김 여사의 발언에 앞서 △5살 아이를 키우는 미혼모 김슬기 씨 △남성 전업주부 7년차인 노승후 씨 △베트남 이주여성으로 김포 박 씨의 시조가 된 박지영 씨 등이 본인들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미혼모 이연지(40) 씨는 “혼자 아이를 낳는 데는 용기가 필요했다”며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사회 인식과 법과 제도가 바뀌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수진(38) 씨는 “미혼모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며 “미혼모단체에 근무하면서 미혼모를 돕기 위해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말했다.

김슬기(27세) 씨는 “아이와 함께 지하철을 타면 ‘아빠는 어디 있니’?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며, “같은 한부모라도 미혼부에 비해 미혼모는 겹겹의 편견에 쌓여 있다”고 밝혔다. 노승후(40세) 씨는 “처음에는 아이들이 ‘왜 우리집은 아빠가 어린이집에 데리러 와’라고 물었다”며 “주부 아빠에 대한 낯선 시선과 편견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전업주부가 되면서 부부 간에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커졌다”고 말했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박지영(29세) 씨는 “베트남에서 왔다고 하면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동정의 시선이 여전히 느껴져서 불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경찰이 되려면 한글 이름이 필요해서 ‘김포 박’ 씨의 시조가 되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