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의 IT세상읽기]화웨이 사태, 장기화 국면

김현아 기자I 2019.05.26 14:15:53

면세업계와 롯데 피해본 사드 때보다 장기화될 듯
화웨이 봉쇄 1단계..상무부 후속조치 촉각
2035년 12조3천억 달러 걸린 미래 기술시장 패권전쟁
화웨이 반격도 시간걸릴 듯..국방수권법 위헌소송에도 미국 추가 압박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미중 무역갈등이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제재로 고조되고 있습니다. 최근 2주 동안 미국이 중국에 가한 화웨이 봉쇄 관련 정책은 최소 3건이 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행정명령에 법안까지..미국, 화웨이 전방위 압박

미국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보호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과 상무부 발표를 통해 화웨이와 68개 계열사 제품을 민간분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고, 미국 상원에서는 5세대(5G)통신망에 화웨이와 ZTE 장비·서비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됐죠. 이 법안에는 화웨이 장비를 쓰는 미국내 지역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다른 회사 것으로 바꾸면 7억달러를 보조금으로 준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상원은 지난해 8월 국회를 통과한 국방수권법의 2020년 버전(2020년 국방수권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습니다. ‘중국군이 추진하는 각종 프로그램과 연관된 중국 기업·연구기관·대학 명단’을 작성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중국의 군사 기술·정보 탈취를 막기 위해 중국 기관·대학의 미국 정보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겁니다.

화웨이는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대학·연구기관과 협력하고 있어 파장이 커질 전망입니다. 인공지능(AI)만 해도 HIRP(화웨이 혁신 리서치 프로그램)라는 걸 통해 세계 상위 100개 대학과 30개국 이상의 국가연구기관 학자와 협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미국 상원의원들의 ‘남중국해 및 동중국해 제재법안’ 발의 움직임과 중국의 반발, 그리고 미국 정부의 환율조작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까지 합치면, 화웨이 사태는 제2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태 이상으로 확대될 조짐입니다.

◇화웨이 사태, 사드 보다 장기화 우려

우리나라가 2016년 7월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응해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자, 중국은 기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집중 공격하면서 한국 관광 금지 등 보복 조치를 취했죠.

중국의 사드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중순 이후 롯데와 신라 등 주요 면세점 매출은 20∼30%씩 급감했고, 롯데마트는 112개에 달하는 중국 점포 중 87개의 점포가 사실상 영업을 중단했습니다.

지금은 진정됐지만 면세점 업계와 롯데마트, 명동의 옷가게 등 우리 기업들이 입은 피해는 2017년 한 해에만 8조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미래 첨단 산업 주도권을 둘러싼 이번 미중 무역 전쟁은 더 장기화되고 심각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무부 후속조치 촉각, 미래 기술 전쟁, 화웨이 반격도 장기화

장기화될 가능성이 큰 이유는 미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1단계’ 정도만 발표됐다는 게 첫번째 이유입니다.

상무부가 공식 발표한 내용은 화웨이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을 뿐, 거래 중단의 범위나 대상을 어디까지로 할지,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까지 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150일 이내에 발표될 상무부 시행규칙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죠. 최악의 경우 화웨이 통신장비를 쓰는 통신 기업에 대해 로밍 제한 등의 조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두번 째는 미국이든, 중국이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미래기술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5G로 대표되는 미래 첨단 기술 시장은 2035년까지 12조 3000억 달러(약 1경 4030조 6100억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당장은 체감하기 어렵지만, 5G의 초고속(20Gbps)·초저지연(1ms=1/1000초)·초연결(㎦면적 당 지원하는 100만 개 사물 연결) 기술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차세대 융복합 분야도 비약적으로 커집니다.

▲화웨이가 3월 7일(한국시간) 미국 국방수권법(NDAA) 제 889조가 위헌이라고 미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궈 핑 화웨이 순환 회장(왼쪽 다섯 번째), 닥터 송 리우핑 수석 부사장 겸 최고 법률 책임(왼쪽 네 번째), 존 서포크 화웨이 글로벌 사이버 보안 겸 프라이버시 총괄 책임(왼쪽 세 번째), 글렌 디 네이거 존스데이社 화웨이 담당 대표 변호인(오른쪽 두 번째), 닥터 양 샤오빈 화웨이 5G 제품 라인 부문 사장(오른쪽 첫 번째), 리 다펑 감사회 임원 겸 ICT 인프라 관리 이사회 오피스 디렉터(왼쪽 두 번째)다. 사진=화웨이
세번째는 화웨이가 최초의 규제법이었던,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에 대해 미 연방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3월이어서 법원 판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방수권법에 대해 법률적으로 다투는 와중에 트럼프 행정명령과 미국내에서 추가적인 화웨이 규제법 발의가 이뤄지는 것도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힘을 싣습니다.

우리는 어찌해야 할까요. 미국과 중국은 경제와 안보 측면에서 모두 중요한 국가이니 정부가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그래서 국내 디스플레이·반도체·단말기·통신 기업들도 숨죽이며 관련 정보 수집과 대책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궈핑(Guo Ping·53) 화웨이 순환 회장(Rotating Chairman)이 지난달 한국 기자들을 만나 한국과의 스폰서십을 강조하며 “작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한국에서 구매한 금액이 100억 달러(11조8800억원)어치인데 대중 무역 비중으로 6.6%에 달하는 수치”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지만 결국 한 쪽을 택하라면 미국을 택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안보적인 측면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중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정부의 더 전략적이고, 긴밀한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미중 무역전쟁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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