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호의 과학 라운지](36) 신의 영역 '유전자'에 '가위'를 들이대다

이연호 기자I 2019.04.21 11:00:00

유전자 짜깁기 '유전자 가위' 기술, 빠른 속도로 진화 중
난치병 치료 기술로 각광…생명 윤리 영역선 여전히 뜨거운 감자

[편집자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전국 초·중·고등학생 대상 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다들배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과학커뮤니케이터들과 매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중 재밌는 내용들을 간추려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11월 중국에서 전 세계 생명과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일대 사건이 있었다. 바로 홍콩에서 열린 ‘국제 유전자편집회의’에서 중국 남방과학기술대 허젠쿠이 교수가 배아 상태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에 면역력을 가진 쌍둥이 일명 ‘디자이너베이비’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던 것이다.

중국 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이에 대한 논란은 뜨거웠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를 비롯한 세계 7개국 18명의 관련 분야 학자들은 지난달 향후 최소 5년간 인간 배아의 유전자 편집 및 착상을 전면 중단하고 이 같은 행위를 관리 감독할 국제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서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기도 했다.

허젠쿠이 교수가 사용한 유전자 편집 기술은 3세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캐스9(CRISPR-Cas9)이었다.

유전자가위는 동식물 유전체에서 원하는 부위의 DNA, 즉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다.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부위를 자르는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로 쉽게 말하면 유전자 짜깁기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인류의 미래를 바꿀 중대한 과학적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히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 빠르게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교정하려는 DNA를 찾아내느 가이드 RNA(리보핵산)와 DNA를 잘라내는 Cas9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를 잘라내고 새 것으로 바꾸는 데 길게는 수년씩 걸리던 것이 며칠로 줄일 수 있으며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부위의 유전자를 편집할 수도 있다. 치료가 어려운 여러 유전 질환을 치료할 수도 있고 손쉽게 농작물의 품질도 개량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4세대 유전자가위로 불리는 염기 편집기술까지 나왔다. 4세대 유전자가위는 3세대와 달리 DNA 이중가닥을 자르지 않고도 원하는 염기를 선택해 교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머잖아 단일 염기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질환을 치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정 생물의 유용한 유전자를 다른 생물의 세포에 주입해 새로운 특성을 발현하는 기술인 유전자 재조합 기술과는 다르다. 유전자 재조합 기술은 유전자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거나 잘못된 위치로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유전자 가위 기술은 여전히 생명 윤리의 영역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여기에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도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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