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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예산안]"경기 살리겠다" 국가 예산 첫 500조 돌파…재정건전성 악화 우려

김형욱 기자I 2019.03.26 08:00:00

경제활력·생활 SOC 확충·일자리 사업·혁신성장 예산 확대
예정처, 2020년 통합재정수지 6조6000억원 적자 전망
국가채무 올해보다 41조원 늘어난 759조1000억원 달할 듯
230조 재량지출 10% 구조조정해 필요 재원 우선 충당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재부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내년 예산이 사상 첫 5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한 재정 지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문제는 재정 적자다. 세수 증가 추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확장적 재정운영으로 인한 재정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존 지출 부문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경기 대응과 소득재분배, 혁신성장에 중점을 둔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안)을 의결·확정했다고 밝혔다.

◇세입 여건 나빠지는데 재정 지출 확대

정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경기 대응과 소득재분배, 혁신성장에 중점을 둔 2020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안)을 의결·확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처럼 세계 교역 둔화 같은 국내외 경제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의 재정 확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한정된 예산 안에서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한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일자리 사업 확대와 함께 양극화 해소, △혁신 성장, △미세먼지 저감 문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문제는 재정 여력이다. 정부가 지난해 예산(정부안 470조5000억원)을 10년 만에 최대인 9.7% 늘릴 수 있었던 배경에는 넉넉한 세수 여건이 있었다. 지난해 청년실업과 양극화 속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6000억달러를 돌파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를 중심으로 세수입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의 성장세 둔화 여파로 수출액이 3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세입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정부 재원을 지방정부에 이전하는 재정분권 추진 역시 중앙정부로선 적잖은 재정수지 악화 요인이다. 올해 지자체로 이양되는 재정 규모만 해도 3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지난 1월2일 발표한 ‘2019~2050년 장기 재정전망 보고서’에서 2020년 재정 총수입 492조9000억원, 총지출 499조6000억원으로 통합재정수지가 6조6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보다 41조원 늘어난 759조1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론 재정적자 및 국가채무의 추가적인 확대가 예상된다. 저출산·고령화 탓에 필연적으로 세수 증가 여력은 더 줄고 재정 지출 필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큰 변수 없이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이면 통합재정수지가 50조9000억원(총수입 612조4000억원-총지출 663조3000억원)으로 늘면서 국가채무가 1240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8.4%에서 내년 39.5%로 늘어나고 2030년이면 50.5%가 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월2일 발표한 우리나라 장기 재정전망.[국회예산정책처 제공]
◇지출 구조조정 등 재정건전성 강화방안 필요

정부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대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세수 증가세 둔화에 따른 재정수지 적자 확대 가능성을 고려해 중장기 재정건전성 관리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주요 정책사업 증액과 신규사업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인건비 등 각 부처가 고정적으로 지출해야 항목외에 사업비 명목으로 사용하는 재량지출(올해 기준 약 230조원)을 10% 이상 감축해 필요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민간 투자사업 확대와 국유지를 활용한 수익사업 강화를 통한 재원 다변화도 추진한다.

그러나 미·중 무역갈등과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등 국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데다 고용·분배 문제도 저출산 고령화라는 구조적 요인 탓에 단시간 내 개선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재정 적자와 국가채무 증가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안일환 기재부 예산실장은 “국내 경제에 성장률과 고용, 분배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세수 여건 역시 내년이 올해보다 둔화할 전망”이라며 “경제활력 제고나 사회 안전망 등에 대한 재정 지출 요구는 매우 큰 상황”이라며 “재정건전성 관리를 고민하며 재정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실장은 “아직은 정확한 세수 예측이 어려운 만큼 예산 편성 과정에서 좀 더 정확한 전망치가 나오면 여기에 맞춰 재정 역할을 수준을 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서도 국내외 경제 여건이 나빠 세수 여건 전망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재정 확대폭을 축소할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기존 지출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예산집행의 효율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이 최근의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며 “기존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한 뒤 재정 편성을 어떻게 할지 중기 재정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도 예산안 편성방향.[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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