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증시]30년 테마주의 역사

전재욱 기자I 2019.05.25 08:30:00

정부사업 수혜주로 등장하기 시작한 테마주
삼성전자도 한때 정부 케이블티브이 사업 테마주
테마주가 테마주를 낳고, 다시 테마주를 낳고 또…

24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4.28포인트(0.69%) 내린 2045.31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1월8일 2025.27 이후 최저치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코스피는 올 들어 이달 24일 종가 기준으로 1.75%(35.3포인트) 올랐다. 고여 있으니 노를 저어도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정체한 증시에서는 종목이 빛을 본다. 최근 미국이 화웨이를 누르니 삼성전자가 오르고 SK하이닉스는 내린 것처럼. 여하튼 오를 종목은 오른다는 것이다.

이럴 때 주목받는 게 테마주다. 업종에 구애받지 않고, 섹터를 넘나들며, 실적에서 자유롭고, 국경까지 초월한다. 만능에 가까운 테마주, 용어의 기원을 정확히 따지기는 어렵다. 언론 기사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1980년대 중후반부터 쓰였다. ‘인기 배우 타입이 시대에 따라 변하듯이 주식시장도 때마다 테마가 존재하는데, 이 테마에 관련된 주식이 상승을 주도한다.’(매일경제 1986년 11월7일치, 쌍용투자증권)

한 마디로 인기있는 주식이라는 것이다. 적어도 이 무렵 이후로 증시는 종목을 인기(테마)로 묶기 시작한다. 전형적인 유형은 ‘정부 사업 수혜’ 테마주다. 정부가 1992년 5월 경부 고속철도사업 계획을 밝히자 대형 건설사 주가는 ‘열차 테마주’로 묶여 들썩였다. 비슷한 시기 통신위성 무궁화호 발사계획에 맞춰 ‘위성 테마주’가 등장했다.

지금은 코스피를 주름잡는 삼성전자도 정부 테마주 출신이다. 선경경제연구원은 1993년 9월 ‘삼성전자가 케이블 텔레비전(CATV) 관련 새로운 테마주로 부상할 것’이라는 취지로 분석자료를 냈다. 정부가 1995년까지 CATV 기자재의 국산화율을 85%까지 높일 계획이라서 수혜가 예상됐기 때문이다.

테마주는 또 다른 테마주를 낳으며 진화했다. 산업이 발전하면 자극제가 돼 다른 산업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처럼, 테마주도 이 흐름을 타고 다른 형태로 변태했다. 예컨대 앞서 CATV 테마주는 정보통신 테마주로 커나갔다. 증권가는 1990년대 중반 케이블 티브이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 종목이 증시를 이끌어갈 테마주로 부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케이블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토목이나 통신 업체가 주목을 받았다.

1995년 ‘윈도 95’ 출시로 정보통신 테마주는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전환했다. 여기에 인터넷 산업이 접목하면서 정보통신이 아니라 정보기술(IT) 테마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PC 제조업체와 부품종목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인터넷 테마주는 곧 전자상거래 테마주를 낳았다. 인터넷 부흥은 2000년 Y2K 우려로 이어졌고, 1999년 증권가는 `Y2K 테마주`를 주목했다.

2000년 1월1일 0시, Y2K는 없었다. Y2K 테마주 운명은 거기까지였다. 테마주의 허망한 속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새롬기술이 꼽힌다. 1999년 12월16일 정보통신 테마주 1등 새롬기술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상장 이후 그날까지 매매일수 93일 가운데 37일 상한가를 기록(경향신문 그해 12월17일치)한 종목이었다. 시장은 충격을 받았다. 새롬기술과 한데 묶여 있던 테마주는 하릴없이 흘러내렸다. 왜 떨어지는지 명석하게 설명하는 이가 없었다. 나중에 알았다. 당시 사태가 `IT버블`이었던 것을.

앞서 테마주를 정의한 쌍용투자증권은 나중에 이런 설명을 덧댄다. ‘일부 투자자들은 테마주를 우량주와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테마주는 영속성이 없어서 수익률 변동폭이 크고 많은 위험을 내포한다.’(매일경제 1994년 3월2일치) `영속성 없다`는 테마주는 숙주를 바꿔가며 오늘날도 영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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