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와대와 통계청이 합작한 어이없는 해프닝

조진영 기자I 2019.01.09 06:53:20
[세종=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조치다. 채택해서는 안된다. 다른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통계청을 질책했다. ‘통계청이 조사 대상자가 응답을 거부할 경우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이 통계작성에 나서게 하려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야지 강압적인 방법으로 하는 건 관료적 사고”라고 했다. 7일 청와대 참모진 차담회에서 나온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공식 브리핑 됐다.

이례적인 대통령의 질책에 통계청은 당황했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통계청이 위치한 대전에서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달려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다.

그는 “단순 불응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부과할 생각이 없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부과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사과정에서 폭언이 있거나 위해가 있을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해보겠다”고 했다.

통계청 관계자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통계청이 검토한 과태료 부과 대상은 ‘조직적인 방해’ 또는 ‘현장조사 요원에 대한 위협’ 등으로 한정된다. 고의로 통계 작성을 방해하는 경우 법에 정해진 권한 사용을 검토했다는 얘기다.

현장조사 요원들을 보호하고 국가통계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한 통계청의 고민이 담긴 조치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청의 고심은 ‘팩트’와 차이가 있는 보도를 근거로 한 문 대통령의 질책에 없던 일이 됐다.

강 청장은 “청와대에서 사실관계를 물은 적이 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당 보도 이후 청와대 연락은 없었다”고 답했다. 이번 해프닝은 통계청에 보도의 진위여부를 확인해 봤으면 질책까지 갔을 일이 아니다.

한 통계청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모진들의 보고가 아니라 뉴스를 보고 내용을 파악한 것 같다”며 “내부에선 조사대상 가구들이 뉴스를 보고 통계청을 더욱 믿지 못하게 돼 응답을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다”고 했다. 수장 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청와대의 통계청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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