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에게 듣는다]"전철7호선 유치는 기적…남북교류·관광으로 또다른 기적을"

정재훈 기자I 2019.02.14 06:09:00

`전철7호선 예타 면제` 따낸 박윤국 포천시장 인터뷰
20년 노력해 얻은 결실…"시민이 이뤄낸 기적"
"정부 외면 극복 위해 7호선 유치는 최선 과제"
"7호선 유치로 남북경협 거점도시로 도약할 것"

박윤국 포천시장.(사진=정재훈기자)


[포천=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포천에 전철이 놓일 것이라는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시민들은 기적을 이뤄냈고 앞으로 그 기적을 완성할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전철7호선 포천연장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선정이라는 `포천의 기적`을 일궈낸 박윤국 포천시장의 첫 마디다. 박 시장부터가 `기적`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현행 제도 하에서 포천시에 전철이 놓인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포천시의 전철 유치사업은 박 시장이 포천군수로 재임하던 지난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는 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4호선 창동 차량기지를 현재 7호선 차량기지인 의정부시 장암동 장암기지로 옮기고 7호선 차량기지를 포천시 포천읍 일대 33만㎡ 부지에 새로 건설하는 계획을 정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경제성 분석(B/C) 결과값이 0.3(1.0 일때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에도 못 미치면서 예타 조사를 거쳐야하는 현행 제도 속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포천시는 인구가 감소하는 등 더욱 쇠퇴의 길을 걸었다. 박 시장은 “정부에서 예타 면제 계획을 발표한 이후 많은 시민들이 기대했고 전철 유치가 확정되는 순간에는 공직자를 포함한 15만 포천시민 모두가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뻐했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포천시 철도정책 세미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윤국 시장.(사진=포천시)


아울러 전철7호선 예타 조사 면제 결정까지 힘을 내준 15만 포천시민과 이를 주도한 포천시 군 관련 시설 범시민대책위원회(사격장대책위)에도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박 시장은 “정부사업에 지자체가 일선에 설 수 없었던 상황을 이해하고 시민 여론을 이끌어낸 것은 물론 지난달 1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연 1만명 규모의 집회를 주도한 사격장대책위와 꾸준히 전철7호선 유치 필요성에 동감해 준 시민들이 이번 기적을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사격장대책위는 포천시가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정부로부터 각종 군사시설과 개발에서의 소외로 겪은 피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전철 유치를 주장했다. 실제 포천시는 시 전체 면적의 24%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며 아시아·태평양에 주둔하는 미군의 최대 훈련장인 영평로드리게스사격장(Rodriguez Live Fire Complex)과 동양 최대 규모의 승진훈련장 등 9곳의 사격장이 산재해 있으며 전체 면적만 여의도의 17배가 넘는 50.54㎢에 이른다.

박 시장은 “남쪽으로만 향하는 정부의 개발정책과 산재한 군사시설 탓에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추동력 마저 잃은 상태다 보니 포천은 경제성을 가장 큰 가치로 평가하는 예타 조사를 통과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를 극복하고자 예타 조사 과정에서 지역 재정여건과 낙후도에 따라 배점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6·25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피해를 견뎌야 했던 주민들을 위한 보상차원에서라도 이번 예타 면제사업에 올인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철7호선의 포천 연장이 예타 면제사업으로 선정된데는 포천시 내부의 노력과 동시에 포천의 어려움을 이해해 준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이 적재적소에 포진한 점도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제 박 시장은 이 기적을 발판 삼아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낼 구상에 한창이다. 그는 “과거에 포천시가 북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었다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조성된 남·북 화해 분위기 속에서는 남북교류의 중심지가 될 수 있다”며 “포천은 향후 전철을 통해 사람과 물자가 북으로 이동하는, 안보가 아닌 협력의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철7호선 포천연장 노선도(안).(그래픽=포천시)


이어 “올해 말 공사가 시작되는 전철7호선 도봉산-옥정 구간을 거쳐 포천시 소흘읍과 대진대, 포천시청까지 이어지는 19.3㎞ 구간의 7호선 포천연장 사업이 완료되면 포천시는 명실상부 중부지역에서 북한으로 통하는 대동맥 역할을 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시는 7호선 연장 노선 주변에 남양주 왕숙 3기 신도시와 맞먹는 10㎢ 규모의 신도시를 건립하고 인천·김포공항까지 접근이 어려운 경기북부 및 강원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군부대 활주로를 활용한 민간공항을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아울러 전철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면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포천의 관광산업 역시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시장은 “70년 가까운 피해를 견뎌낸 포천 주민들이 일궈낸 기적이 곧 또다른 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전철7호선 유치를 계기로 포천을 비롯한 경기북부 지역의 경제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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