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헌 행공 CIO “대체투자 시장 ‘니치마켓’ 공략해야”

박정수 기자I 2019.03.25 06:20:00

대체투자 니치마켓 공략…멀티패밀리 투자 확대
글로벌 선진 연기금과 공동투자 체계 구축
美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과 협업…내달 MOU
증시 불확실성 여전…“위험자산 투자 하반기에”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는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행정공제회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올해 대체투자 시장에서 ‘니치마켓’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박정수 이광수 기자] “이제는 전통적인 자산만으로는 추가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시장이다. 특히 대체투자 시장에서도 ‘니치마켓’을 공략해 추가 수익률을 노려야 한다. 올해 대체투자 시장 틈새를 파고들어 목표수익률을 가져다줄 수 있는 자산을 부지런히 찾아다닐 것이다.”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행정공제회 본사에서 만난 장동헌 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는 한 외신에서 봤던 칼럼 이야기를 꺼냈다. 칼럼 내용은 금융위기 전후 시장의 변화에 대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시장에 과매도 현상이 일어나더라도 당시 기관투자가들이 자기자본을 이용해 일시적으로 돈을 푸는 경우가 많았으나, 현재의 시장 환경은 기관투자가들이 쉽사리 시장에 돈을 풀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이러한 현상으로 작년 4분기 시장 급락이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했다.

결국 장 이사는 올해도 변동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니 시장 참여자들은 안정적인 자산을 찾아야 하고 그에 대한 해답은 대체투자라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의 대체투자 시장은 오피스 투자 쏠림현상이 커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 빌딩보다는 아파트…美·日 멀티패밀리 투자 확대

장 이사는 올해 미국과 일본의 멀티패밀리(고급 아파트)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장 이사는 “기관들이 선호하는 대체투자는 주로 오피스”라며 “다만 안정적인 수익률이 가능해도 오피스 투자는 경기의 부침에 많이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상황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투자처에 눈을 두려 한다”며 “부동산 중에서도 아파트 같은 집단 주거 시설은 경기에 다소 둔감하므로 멀티패밀리 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행정공제회는 수년 전부터 일본 지역의 멀티패밀리 딜 소싱(투자처 발굴)을 해왔고 조만간 결과물을 내놓을 예정이다. 장 이사는 “일본 현지 개발사들과 미국 자산운용사와 협의 중으로 조만간 투자심의위원회를 열어 투자를 확정 지을 것”이라며 “투자 지역은 일부 도시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대도시 인근 아파트에로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멀티패밀리 투자와 함께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도 투자할 방침이며, 유럽의 경우 물류 투자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일본의 경우는 태양광 투자에도 나선다. 장 이사는 “일본 지역 곳곳에서 태양광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이는 아직 검토단계”라며 “물류 투자는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 유럽과 일본에서 기회를 노릴 것”이라고 전했다.

◇ 해외투자 확대…美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과 협업

행정공제회는 올해 해외투자 확대와 함께 지역분산 전략도 펼칠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지 유수의 연기금과 협력을 강화해 투자 질도 높이기로 했다. 그 시발점은 다음 달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과의 업무협약(MOU) 체결이다.

장 이사는 “글로벌 선진 연기금과의 공동투자 체계 구축으로 우량 해외투자 딜소싱을 강화하고 선진투자 기법을 습득하려 한다”며 “가장 큰 이점은 위험 대비 수익률이 좋은 해외 딜을 현지에서 과점적 지위를 확보한 기관투자가 역량을 통해 같이 누린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행정공제회는 현재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 텍사스 교직원연금(TRS)과 각각 2000억원 규모로 미국 부동산에 공동 투자하고 있다. 장 이사는 “단순히 블라인드 펀드를 투자했을 때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더라도 출자자(LP)로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하지만 해외 연기금과의 공동 투자는 유사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증시 불확실성 여전…“위험자산 투자 하반기에”

증시에 대해서는 다소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장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어렵다는 결정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점검이 필요하다”며 “작년 4분기 증시 폭락이 단순히 정치적인 변수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증시가 가파른 반등을 보였지만 아직은 거시적인 변수인 경기 지표와 기업실적 추이를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0일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며 올해는 금리 인상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FFR)를 종전 수준인 2.25~2.50% 유지하기로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장 이사는 “무엇보다 세계 경기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반도체 주식이 바닥을 친 상황”이라며 “반도체 업황은 주식보다 후행하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 실적이 안정을 찾는다면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반기 이후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활발해질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행정공제회는 올해 자산 비중을 큰 변동 없이 기존 수준을 유지할 방침이다. 대체투자는 작년 말 58.0%(7조926억원)에서 58.4%(7조7092억원)로, 채권은 11.3%(1조3859억원)에서 12.8%(1조6859억원)로 소폭 늘린다. 이 기간 주식은 15.2%(1조8602억원)에서 14.1%(1조8602억원)으로 전체 자산 증가에 따라 비중만 변동된다.

한편 행정공제회 전체 자산은 12조2288억원에서 13조2067억원으로 9779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올해 목표 수익률은 4.5%로 잡았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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