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좇는 대체투자]정책수혜 기대로 우르르 투자했다가 낭패

권소현 기자I 2019.03.20 05:20:03

수혜 기대 민자도로·신재생에너지 투자 성행
정부 정책에 울고 웃는 기관
외곽순환, 여론에 밀려 요금인하
풍력발전, 소음 민원에 설치 못해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지난 2015년 국정감사 기간에 국민연금공단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았다. 국민연금이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다른 상임위에 출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국민연금이 대주주인 ㈜서울고속도로가 민자로 건설한 서울외곽순환도로 북부구간(일산~퇴계원) 통행요금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여론 때문이었다.

북부구간 통행요금은 소형 승용차 기준 최대 4800원으로, 재정으로 건설한 남부구간에 비해 2.6배 비쌌다. 여기에 정부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으로 개통 후 5년간 1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보전해준데다 국민연금이 서울고속도로에 대출해주고 20~48% 수준의 고금리 이자를 받아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통행요금 인하 운동이 확산됐다. 결국 개통 10년 만인 지난해 통행요금을 4800원에서 3200원으로 인하했다. 자금재조달을 통해 수익보장을 받긴 했지만 당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회에서 국민연금에 대체투자를 확대해 수익률을 높이라고 압박하면서도 민자고속도로에 대한 통행료는 낮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유행 따라 줄줄이 대체투자에 나섰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에 부딪히는 ‘정책 리스크’가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에 열을 올렸던 인프라는 물론이고 부동산, 선박, 항공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가 특히 정책 변수에 따라 울고 웃는다.

인프라 못지않게 정책 리스크가 큰 대체투자 부문이 바로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같은 신재생 에너지 투자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펴면서 신재생 에너지는 유망 투자대상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실상은 녹록지 않았다. 바람이 세지 않은 우리나라 지형적 특성 탓에 아무 곳에나 풍력발전기를 설치할 수 없는데다 그나마 바람이 센 바닷가 섬 사이에 설치했더니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너무 크다는 민원이 빗발쳤다.

풍력발전에 투자했던 한 공제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민원에 민감한 자치단체장 시대다 보니 풍력발전 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재생에너지는 정부가 보증해주니 정부를 믿고 투자하는 것인데 정부의 정책방향이 바뀌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수년간 대체투자의 주요 대상인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주택시장은 물론이고 오피스, 빌딩 시장도 출렁이면서 수익률이 떨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부동산은 특히 통화정책 리스크가 상당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잇달아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늘렸지만,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고 주요 선진국이 뒤따르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대체투자에는 어디가 잘된다더라 하면 몰려가서 투자하는 허딩(herding·군집) 효과가 있는데 그 배경 중 하나가 바로 정책적인 요인”이라며 “장기적인 시각으로 펀더멘털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아직 국내에서는 정보나 분석능력 부재로 열심히 쫓아다니는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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