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문 대통령이 꿈꾸는 ‘새로운 나라’

허영섭 기자I 2019.05.10 06:00:00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이 나라와 국민을 어떻게 이끌어가겠다는 원대한 포부가 없을 리 없다. 국가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것은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의 당연한 권한이자 책무이기도 하다. 이제 집권 2년을 보내고 3년째로 접어드는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얘기다. 그 목표에 따라 국정을 펼쳐 왔고 임기의 나머지 기간도 그 방향대로 움직여갈 것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꿈꾸는 이 나라의 미래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별로 추구하는 우선순위가 다를 수밖에 없겠으나 기본적으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엊저녁 KBS 특집대담을 통해서도 ‘촛불혁명’의 의미와 함께 강조된 부분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2년 전 취임사에서부터 이어지는 맥락이다.

문 대통령이 사회원로들을 청와대로 초청한 며칠 전의 간담회에서 사용한 ‘새로운 나라’라는 표현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지난 정권의 국정·사법농단 사태를 언급하며 “진상을 규명하고 청산이 이뤄져야 그 성찰 위에서 새로운 나라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원로들의 사회통합 주문에 협치와 타협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방안이지만 당분간 적폐수사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상황 인식을 내비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나름대로의 다짐이다.

경제 현장에서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추진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올려 소비를 촉진하고 주52시간제 시행으로 일자리를 늘려 경제를 살린다는 목표를 표방하고 있지만 ‘성장’보다 ‘소득’에 더 무게가 실려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전방위에 걸쳐 재벌 개혁이 진행되는 동시에 친노동 정책이 이뤄지는 것도 근본 취지는 다르지 않다. 각 분야에 걸쳐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 그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역대 정부의 국정 운영이 허술했고, 때로는 궤도를 이탈했기 때문에 지금 결과가 초래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짧은 임기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폐를 모두 뿌리 뽑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과거에만 집착했다간 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오기 마련이다.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려다가 오히려 증세가 온몸으로 퍼지는 경우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적잖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골목상권이 죽어가는 모습에서 어두운 경제 현실이 확인된다. 정부가 아무리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세금을 쏟아부어도 효과는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비극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이어지는 것이 그러한 여파다. 공직자들도 다음 정권에 적폐로 몰릴까 봐 벌써부터 몸을 추스르는 분위기라고 한다. 문 대통령이 공들여 온 수사권 배분을 놓고 검찰의 반발이 제기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과의 관계에서는 너무 관대한 편이다. 신형전술무기를 발사해 남북합의를 위반했는데도 오히려 식량 제공으로 답변한다는 것은 균형을 잃은 처사다. 해외 전문가들이 미사일로 결론을 내렸으나 우리는 입장표명에 머뭇거리는 태도도 납득하기 어렵다. 중단된 대화를 재개하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매사 이런 식으로 끌려다녀서는 정상적인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문 대통령의 임기가 2년을 지나 반환점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총선도 예정돼 있어 정치 지형의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나라’를 단번에 이루려 하기보다 다음 정권에서도 차근차근 추진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찾아가는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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