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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덮친 '아시아나 쇼크'…産銀 "내달 초 채권단 회의"

김정남 기자I 2019.03.26 06:00:00

주채권은행 산은, 매일 내부회의 예정
"내달 초 채권은행 모을 것…위험 점검"
개미들 주로 들고있는 ABS, '태풍의 눈'
내달 채권단회의 이후 MOU 연장 결정

[그래픽=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갑작스러운 아시아나발(發) 유동성 우려가 금융권을 덮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 의견을 받으면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요 채권은행들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차입금 만기는 돌아오는데 자금조달은 여의치 않아진 탓이다.

채권단은 일단 오는 29일 아시아나항공의 주주총회 이후 확정된 재무제표가 나오면 회의를 통해 유동성 리스크를 집중 점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연장 여부도 결정한다.

◇“내달 초 채권銀 모을 것…위험 점검”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리스크와 관련해 당분간 매일 내부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 말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산은으로부터 빌린 장기차입금은 1560억원 규모. 산은 관계자는 “주총 이후 재무제표가 나와야 채권단도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재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산은 내부적으로는 새로운 외감법에 따른 보수적인 회계감사의 여파로 보는 시각이 일부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원점에서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산은은 다음달 초께 채권은행들과 함께 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외에 SC제일은행과 NH농협은행도 아시아나항공에 장기차입금이 각각 680억원, 468억원가량 물려 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133억원 규모다. 아시아나항공의 총 장기차입금은 3198억원이다. 단기차입금의 경우 수은(590억원), 제일은행(398억원), 농협은행(33억원) 등 1631억원이다. 채권단에 포함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 대출 회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며 “산은과 함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차입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현재 ‘BBB-’에서 ‘BB’로 하향 조정되면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 회계 정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됐다는 게 그 이유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신용평가등급 변동 여부를 가장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1조2474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이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ABS는 국제선 대리점계약 및 신용카드사로부터 발생하는 장래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금융상품이다. 아시아나항공의 ABS는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경우 역시 조기 상환돼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의 ABS는 기관보다 개인투자자와 자산운용사가 주로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성 위기의 여파가 예상 밖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이었던 ABS 발행도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벽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은이 주도하는 채권단 회의가 열리는 만큼 당장 유동성 위기가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주된 시각이지만 신용평가사의 평가가 나오는 6월까지는 후폭풍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내달 채권단회의 이후 MOU 연장 결정

당장 채권단이 마주할 이슈는 MOU 연장 여부다. 채권단은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과 1년 기한으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MOU를 체결했고 다음달 초 회의를 통해 그 연장 여부를 결정 짓는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1500억원의 영구채 발행 결정을 했고 최근 850억원을 모집했지만 이번달 말까지 추가 모집하기로 했던 650억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취소됐다.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이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는 점을 다각도로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ABS는 향후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한다면 상환에 문제가 없는 게 일반적”이라면서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이번 아시아나 쇼크를 주시하면서 금융위와 함께 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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