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도심공항은 최근 국내 회계법인 30여곳에 일괄적으로 감사인 입찰제안서를 보냈다. 도심공항은 이 제안서에 감사인 평가 기준으로 가격을 90%, 감사 품질·계획을 10%로 제안했다. 일반적인 기업의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감사 품질·계획이 90%, 가격이 10%이거나 가격을 평가 기준으로 제시하지 않고 따로 감사인 선임 직전 별도로 협상을 한다.
이와 관련해 한 회계법인 임원은 “도심공항이 워낙 보수에 민감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번 경우에는 상식에서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가격이 10%거나 많아야 20~30%정도로 책정된다”고 말했다. 이 회계법인은 도심공항 감사인 입찰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대형 회계법인들의 경우 도심공항 입찰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도심공항은 출국수속 대행과 리무진버스 사업을 하는 업체로 최대주주는 한국도심공항자산관리다. 한국도심공항자산관리는 한국무역협회가 지분 75%를, 한무쇼핑이 25%를 보유하고 있다.
가격 뿐만 아니라 일괄적으로 회계법인에 입찰 제안서를 보낸 것도 논란거리다. 일반적으로 3~4곳을 선별해서 입찰 제안서를 보내는데 반해 30여곳을 동시에 보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다른 회계법인 임원은 “내부 인력이 제한적일 텐데 30여곳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심사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감사인의 회계 역량 보다는 수치화된 가격으로 감사인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도심공항이 현재 감사인에게 가격 협상력을 갖기 위한 행위로도 보고 있다. 최저가에 들어온 회계법인들의 제안서를 받아놓은 뒤 현재 감사인에게 제시해 재계약시 감사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분석이다. 현재 한국도심공항의 감사인은 KPMG삼정이다.
회계업계 한 임원은 “가격이 90%라는 것은 물건을 구입할 때나 쓸 수 있는 방식”이라며 “회계감사는 전문 서비스로 값이 싸다고 좋은 게 아니고 감사의 질을 봐야하는데 이번 공항감사의 제안은 과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