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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갤러리] 태우고 그을려 뼈와 재로 남긴 산…정서인 '골산 3'

오현주 기자I 2019.05.27 00:45:00

2018년 작
장지에 '태운 화선지' 콜라주 방식
예민한 산세·골격만으로 우뚝 세워
의도했으나 의도치 않은 풍경으로

정서인 ‘골산 3’(사진=갤러리도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옥빛 하늘이 바다색을 닮았다. 그 하늘을 뚫을 듯 비죽이 솟은 것은 기암절벽일 터. 풀 한 포기 없는 산등성이 꺼칠하다. 유독 그렇게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지의 마법인 거다.

작가 정서인(31)은 장지에 화선지를 콜라주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동양화에서 명암을 내고 농도를 만드는 붓선과 먹의 번짐을, 한지를 태우고 또 그것을 잘라붙이는 것으로 대신하는 거다.

향에 불을 올리고 그 위로 종이를 스쳐 그을려 부서질 듯한 재로 살려낸 산수. ‘나무나 풀은 없고 오로지 바위와 돌만으로 이뤄진 산’이란 뜻의 ‘골산 3’(骨山 3·2018)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예민한 산세와 골격만으로 우뚝 세운 풍경. 의도했으나 의도치 않은 이미지는 온전히 ‘태우다’에서 나왔다. ‘태우다’란 의미를 ‘태어나다’란 의미로 변환했다는 작가의 설명이기도 하다.

6월 2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갤러리도올서 여는 개인전 ‘산의 형상이 면면히 보이다’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화선지 콜라주·채색·향·라이터. 32×41㎝. 작가 소장. 갤러리도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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