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th SRE][Issue]`혼돈의 시대` 국적항공사 지각변동 어떻게?

김재은 기자I 2019.05.16 00:12:00

수십년만에 닥친 지배구조 `이슈`

3월 27일 서울 강서구 발산1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한항공 이사로 재직 중인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이사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굳건할 줄 알았던 국적 항공사들에 대형 이벤트가 발생했다. 양대 풀서비스캐리어(FSC) 항공사인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에 연거푸 지배구조 이슈가 불거진 것이다.

대한항공을 위시한 한진그룹은 조양호 회장이 급작스레 별세하면서 조원태 회장 체제로 전환했다.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배구조 이슈를 들고 나온 KCGI와는 아직 제대로 겨뤄보지 못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회계 이슈에 발목잡혔다. 감사의견 ‘한정’에서 시작된 나비효과는 결국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겠다”며 두 손 들게 만들었다.

이 와중에 국토교통부는 3월초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항공 등 3곳에 저비용항공사(LCC) 면허를 내준 상태다. 대한민국 국적항공사들은 출범이후 수십년만에 처음으로 ‘혼돈의 시대’를 맞고 있다.

갑질로 시작된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편 이슈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질’은 유명하다.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으로 공분을 샀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했고, 조 회장은 사내이사에 선임되지 못했다.

이는 조 회장 일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통상 과반이상 참석에 과반이상 찬성으로 사내이사를 선임(일반결의)하는 데 비해 과반이상 참석에 3분의 2이상 찬성(특별결의)으로 사내이사 선임 요건을 강화해놓은 탓이다.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I)는 한진그룹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경영을 문제삼으며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을 매입, 단숨에 2대 주주로 올라섰다.

KCGI가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는 한진그룹의 갑질과 취약한 지배구조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심지어 크레딧 업계에서도 과도한 배당(현금 유출)이 아닌 비효율적인 자산 매각, 신용등급 상향 필요성 등을 언급한 데 대해 환영하고 있다. 이가운데 조양호 회장이 급작스레 타계하면서 한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진그룹은 한진칼(180640)이 대한항공과 손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한진칼이 대한항공 최대주주(29.96%)이면서 칼호텔네트워크(100%), 진에어(6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고 조양호 회장이 17.84%, 조원태 회장은 2.34%를 가지고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조 회장의 사망이 아니어도 KCGI측은 한진칼 지분 취득을 통해 경영에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조 회장 지분 상속 과정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KCGI의 영향력이 더 빠르게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고 조양호 회장 지분 17.84%를 상속받는데 있어 상속세 부담이 2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상속세는 상속시점 전후 2개월간 주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조양호 회장 사망이후 한진칼 주가는 상당히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지분이 모두 상속되기 보다 일부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진그룹을 이어받는 조원태 회장은 내년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돼 KCGI와 표대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4월 25일 현재 한진칼 2대주주인 KCGI는 지분 14.84%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같은 달 16일 보유지분을 4.11%로 5% 미만으로 낮춘 상태다.

아시아나 누가 사가도 경쟁력 의문

양대 국적기중 다른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은 사정이 더 좋지 못하다. 지난 3월 22일 충당금 추가 반영을 놓고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과 이견을 보이다 결국 감사의견 범위제한에 따른 `한정`을 받았다. 신용평가사들은 당일에 바로 아시아나항공을 등급하향 검토대상에 일제히 등록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난 26일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사업연도 영업손실 전환, 순손실 2배 확대와 맞바꾼 감사의견 ‘적정’의견을 받았다.

SRE 자문위원은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판단에 있어 큰 실수를 한 것”이라며 “적자를 기록하더라도 감사의견 ‘적정’을 받았어야 하지만, 역시나 경영진이 무능해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조1000억원을 웃도는 ABS 관련 조기상환 트리거 발동을 피하고자 했던 의도로 풀이되지만, 이같은 `한정`의견이 되레 매각의 트리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시아나항공 ABS 투자자는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조기상환 트리거가 발동되면 발생하는 매출채권에서 먼저 상환받는 구조로 짜여져 있다. 이때문에 채권단이나 혹은 추후 인수자가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의 투자 부담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한화(000880), SK(034730), CJ(001040) 등이 인수후보로 오르내린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이같은 ABS 리스크를 인지하고, 당초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1조6000억원의 자금지원을 공언한 상태다. 영구채 5000억원, 크레딧라인(한도대출) 8000억원 등은 아시아나항공의 ‘BB+’이하 등급하향 트리거를 발동시키지 않으면서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장치들로 풀이된다.

크레딧 시장 관계자들은 “산업은행이 아시아나 매각을 주도하며 ABS는 큰 무리없이 차환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실제로 4월 25일 600억원 규모 공모회사채 만기에 따른 무등급 트리거는 지난 4월 24일 10억원 규모의 공시(BBB-·등급하향 검토 워치리스트) 사모사채를 발행하며 피해갔다.

신평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검토 워치리스트에 등록해놓은 상태지만, 매각이 진행되고 있어 당장 등급 액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산업은행 지원 등은 다소나마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변경된 대주주의 지원 가능성 등을 감안해 신용등급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설령 금호그룹보다 더 나은 그룹에 매각된다 해도 아시아나 자체 사업경쟁력에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기 어렵다”며 “과연 한국에 대형항공사(FSC)가 2곳이나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노선의 60%가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 등 LCC와의 경쟁국면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여 사실상 FSC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29회 SRE(Survey of credit Rating by Edaily) 책자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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