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글세,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최훈길 기자I 2019.02.18 06:00:00

“당장 도입되면 韓 기업에 중복과세”
“수출 의존 높은 韓, 도입 신중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이른바 구글세(디지털세) 도입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7월께 발표하는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구글세 내용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구글세를 도입해 다국적 IT기업의 조세회피를 시급히 막자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측 입장과 대조된다. 기재부가 신중한 이유는 구글세를 신설해 부과하면 한국 기업의 세 부담도 늘어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우선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의 구글세 방식을 보자. 이들 나라는 디지털 사업 영역에만 추가 과세를 주장하고 있다. 이 방식대로 가면 세계무역기구(WTO)의 내·외국법인 비차별 원칙에 따라 한국 기업에도 똑같이 중복과세를 해야 한다. 규모가 큰 IT 기업이 거의 없는 유럽은 중복과세 부담이 거의 없다. 반면 네이버 등 규모가 큰 IT기업이 있는 우리로선 부담이다.

미국 방식대로 가도 걱정이다. 미국은 디지털에만 한정하지 않고 무형의 자산을 생산하는 기업에 구글세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의 수출 대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세부담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김정홍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미국은 기업의 브랜드 등 무형의 자산, 소비재까지 과세하자는 입장”이라며 “삼성, 현대차 같은 수출 대기업도 구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올해가 중요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연내에 구글세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러셀 밀스 OECD 경제산업자문위원회 사무총장은 이데일리와 만나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현대차(005380)가 무형의 요소를 굉장히 많이 생산하고 수출도 많이 한다”며 “이런 기업들과 관련된 효과적인 디지털세 부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구글세 논쟁의 본질은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한 경제전쟁이다. 제조업이 강한 유럽과 글로벌IT 기업을 여럿 보유한 미국이 유리한 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구글세가 어떤 형태로 결정될지 아직은 미지수다. 우리정부는 물론 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

한국의 지난해 법인세 최고세율이 OECD 36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았다. 구글세가 도입되면 우리 기업도 법인세에 이외의 추가과세 부담이 생긴다. OECD 최고세율 기준으로 국가별 비교. 단위=%.[출처=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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