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반복되는 ‘감사 포비아’…결산기 분산·연중감사제 대안 거론

이명철 기자I 2019.03.25 05:30:00

新외감법에 깐깐해진 회계법인…상장 불확실성 이어져
이해 상충 줄이도록 이해관계자간 의사소통 확대해야
분기 재무제표도 검토…연중 상시감사 체제 만들어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상장사들이 혹독한 결산시즌을 보내고 있다. 외부감사인들의 회계감사가 한층 깐깐해지면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같은 대기업마저 상장 불확실성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심화하는 ‘감사 포비아’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감사인·감독기관 등 이해관계자간 의견 상충을 줄이고 매해 결산시즌마다 반복되는 감사 쏠림 현상을 해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 중 현재까지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곳 가운데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코스피 4곳, 코스닥 18곳 등 총 22곳이다.

22일인 제출 시한을 넘기고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상장사는 49개에 달한다. 지난해 제출시한 내에 감사보고서를 내지 못한 기업 22개사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감사의견 ‘비적정’ 의견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신(新)외감법 시행으로 회계법인의 감사가 깐깐해진 탓이다. 기업 경영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던 감사인이 독립성을 갖추도록 법적 장치가 마련됐다. 동시에 감사인의 책임도 대폭 강화되면서 회계사들은 더 이상 기업의 편의를 봐줄 수 없게 됐다. 감사인이 엄격해진 회계 기준을 들이대면서 기업과 의견이 출동하게 되고 이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물론 더 나아가 감사의견 비적정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감사의견 비적정은 상장폐지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의의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원칙중심 회계환경에서 이해관계자간 의견 상충이 발생할 수 없음을 감안할 때 감독기관과 한국회계기준의 질의회신 등 가이드라인 제공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늘고 있다. 현재 사후 적발을 통한 제재 방식의 회계감독이 사전 예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은 “기업은 경제적 실질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의 회계처리를 판단해 적용하고 감독기관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서로 적극 의사소통하는 상호 간의 신뢰관계를 통해 원칙중심 회계의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과 감사인간 회계처리를 놓고 충분한 의사소통을 할 시간적 여유 확보도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현재 상장사는 12월 결산법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업보고서를 결산할 때 감사 업무가 몰리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한정된 기한에서 이전보다 더 꼼꼼하게 회계처리를 하다 보니 시간이 부족하고 감사보고서 확정도 점차 늦어지는 것이다.

이에 현재 반기와 연간으로 돼있는 감사보고서를 분기에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싣고 있다. 결산 시기 한꺼번에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현재는 자산총액 5000억원 이상 기업만 분기보고서에 감사인의 분기검토보고서를 첨부하도록 돼 있다. 궁극적으로는 외부감사인이 회사에 상주하면서 실시간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대응하는 ‘연중 감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정조 리스크컨설팅코리아 대표는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은 의견 상충도 있겠지만 12월 결산 집중에 따른 감사업무 증가라는 시간상 이유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분기별로도 감사보고서를 도입해 사실상 상시 감사 체제를 갖추면 기업과 감사인의 업무 부담이 완화하면서 회계 투명성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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