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의사…"살인 막지 못하는 의료환경"

최정훈 기자I 2019.01.05 06:00:00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故임세원 정신의학과 교수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지시 주장한 신재민 전 사무관
청와대 민간인 사찰 주장한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하고 있는 고(故) 임세원 교수 추모 그림..
이데일리 사건팀은 한 주 동안 발생한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고 미처 기사에 다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해 드리는 ‘사사건건’ 코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이데일리 사건팀] 새해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강북삼성병원의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중이던 임세원 정신의학과 교수가 자신이 진료하던 정신질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임 교수는 대피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근무 중인 간호사를 대피시키려다 사고를 당해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해 다시는 임 교수와 같은 피해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임세원법’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1월 첫째 주 키워드는 △임세원 △신재민 △김태우 등입니다.

◇ 병원 직원 대피시키다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숨진 故임세원 교수

지난달 31일 오후 5시 44분쯤 고(故) 임세원(47) 정신의학과 교수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에게 진료상담을 받던 박모(30)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상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임 교수가 도망치자 뒤쫓아 나가 3층 진료 접수실 근처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습니다.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중상을 입은 상태로 응급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오후 7시 30분쯤 끝내 숨졌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박씨는 횡설수설하는 가운데 “머리에 소형폭탄을 심은 것에 대해 논쟁을 하다 이렇게 됐다”며 “폭탄을 제거해 달라고 했는데 경비를 불러서”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씨는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장애를 앓아 입원치료 등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임 교수는 본인이 대피할 여력이 있었음에도 병원 직원들을 대피시키다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은 더 커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임 교수는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반대편으로 달아났지만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 곧바로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유족들은 “임 교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텐데”라며 “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의료계는 임세원 교수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병원에 안전한 의료환경을 보장하는 ‘임세원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안전한 진료환경으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언제든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유족들의 부탁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졌습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지시 등을 주장한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자살 암시한 글 남기고 잠적한 신재민 전 사무관 약 4시간 만에 발견

지난 3일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와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신재민(32)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생명의 지장이 없는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신씨는 이날 오전 7시 지인에게 “요즘 일로 힘들다”·“행복해라”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예약문자를 보냈습니다.

지인은 112에 신고했고 경찰은 8시 45분쯤 신고를 접수하고 수색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신씨의 주거지에서 유서와 문자를 보낸 휴대전화를 발견했습니다. 이후 신 전 사무관이 거주하던 고시원 근처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신 전 사무관의 동선을 역추적했습니다. 신씨는 이날 오후 12시 40분쯤 다행히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발견됐습니다.

한편 신씨는 지난 2일 오후 서울 역삼동 한국빌딩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이 적자 국채 발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재부에 있는 비망록에는 실무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신씨는 “청와대에서 (기재부) 과장, 국장에게 전화해서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며 “통화한 사람은 차영환 비서관”이라고 말했습니다. 차영환 당시 비서관은 현재 국무조정실 2차장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기재부가 적자 국채 발행을 하지 않기로 하고 보도자료를 작성하자 당시 차 비서관이 전화로 해당 보도자료를 취소하고 국채를 발행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신씨의 주장입니다.

신씨는 “부총리가 옆에서 말했고 과장과 국장이 내 옆에서 청와대와 (통화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가 민간인을 사찰하고 여권 유력 인사의 비리 첩보를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김태우 수사관이 지난 3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신태현 기자)
◇“청와대가 비밀 누설”…처음 얼굴 드러낸 김태우 전 청와대 감찰반원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여권 주요 인사 비리 첩보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수사관이 처음으로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지난 3일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한 김 수사관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는 자신이 아니라 청와대가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수사관은 포토라인에 서서 “16년간 공직 생활을 하면서 위에서 어떤 지시를 하든 열심히 일해왔다”며 “업무를 하던 중에 공직자에 대해 폭압적으로 휴대전화를 감찰했다. 혐의 내용이 안 나오면 사생활까지 탈탈 털어 감찰하는 것을 보고 문제를 느꼈다”고 전했습니다.

김 수사관은 또 “청와대에서 저의 이런 언론 공표에 대해 공무상 비밀 누설이라고 했는데 비밀 누설은 청와대가 했다”며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은 감찰 첩보에 대한 혐의자가 자신의 고등학교 동문인 것을 알고 직접 전화해 감찰을 누설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별감찰반장 4명에 대한 고발건을 형사6부에 배당해 수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특별감찰반과 반부패비서관실을 압수수색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20일 고발장을 제출하며 임 비서실장이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와 관련한 비위 혐의를 보고받고도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또 조 수석과 박 비서관, 이 반장의 경우 노무현 정부 시절 인사들의 비트코인 보유 현황 파악과 공항철도 등 민간기업과 민간인 불법 사찰 등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김 수사관은 의혹을 주장한 것에 대해 청와대 내부 기밀을 유출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수원지검 형사1부의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 일로 지난달 31일 김 수사관이 쓰던 서울중앙지검 사무실이 압수수색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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