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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진 주총쏠림…이번주 1611개사 몰린 '슈퍼 주총위크'

윤종성 기자I 2019.03.25 05:20:00

깐깐해진 회계감사에 주총 날짜 지연
마지막 주에 더 몰려
이번주 한진칼·현대홈쇼핑 등 주목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이번 주 무려 1600곳 이상의 상장사가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전체 상장사 72% 이상이 이번 주(25~30일)를 주총일로 택해 만들어진 ‘슈퍼 주총위크’다. 특히 올해는 신 외부감사법(외감법) 영향에 따른 감사보고서 지연과 의결정족수 확보에 애를 먹은 상장사들이 주총 일정을 뒤로 늦춘 탓에 3월 마지막 주 ‘몰빵 현상’이 유독 심해졌다.

◇상장사 608곳, 29일 ‘무더기 주총’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법인 2229개사 가운데 1611곳이 이번 주 주총을 개최한다. 상장사 10 곳 중 7곳 이상이 이번 주를 주총일로 택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3월 마지막주(26~30일)에 1067개사가 주총을 열었던 걸 감안하면, 올해 500곳 이상의 상장사가 더 몰렸다.

이번 주 코스피 437개사, 코스닥 1034개사, 코넥스 140개사가 주총을 개최한다. 25일(월) 149곳이 ‘슈퍼 주총위크’의 포문을 연 뒤 △26일(화) 260곳 △27일(수) 365곳 △28일(목) 224곳 △29일(금) 608곳 △30일(토) 5곳 등 주말까지 줄줄이 주총이 이어진다. 특히 3월 마지막 주 금요일(29일)의 ‘쏠림’은 더 두드러졌는데, 전체 상장사의 27%(608곳)가 이날 주총을 연다. 이는 지난해 3월 마지막 주 금요일(30일, 389곳)과 비교하면 219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금융당국의 주총 분산 정책에도 ‘주총 쏠림’이 더 심해진 것은 새로 시행된 외감법으로 회계 감사가 깐깐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회계법인에게 감사보고서를 늦게 받거나, 감사인과의 의견 충돌로 주총 날짜를 일찍 잡지 못한 기업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의결권 위임 등을 통해 미리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해 주총 일정이 미뤄진 상장사들도 포착된다. 특히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하려는 기업들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묶은 ‘3%룰’로 인해 의결 정족수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대한항공·한진칼 주총에 관심 집중

이번 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특급 주총’들도 많다. 가장 눈길을 끄는 주총은 대한항공(27일), 한진칼(29일) 등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주총이다. 대한항공(003490) 주총에서는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쟁점이다. 갑질과 횡령, 배임 등으로 그간 수차례 논란을 빚은 조 회장의 재선임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발도 부담이다.

29일 열리는 한진칼(180640)의 주총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법원의 반대로 KCGI(강성부펀드)의 주주제안 7건은 이날 주총에 상정되지 못하지만, 조 회장과 가까운 석태수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흐른다. KCGI에 이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도 석 대표의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같은 날로 주총 날짜를 잡은 남양유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배당확대를 위한 별도 심의·자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낸 상태다. 이에 대해 남양유업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총 53.85%에 달해 배당을 늘리면 일반주주보다 대주주의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는 논리로 국민연금의 제안에 공개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이에 대해 대주주와 일반주주에 대해 차등배당을 실시하는 방법도 있는 만큼 남양유업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국민연금의 남양유업 보유지분은 6.15% 수준이어서 주주제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짠물 배당에 대한 주주들의 성토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앞두고 선제적으로 배당확대에 나선 현대그린푸드도 29일 주총을 연다. 현대그린푸드는 2018~2020년 사업연도의 배당성향을 종전 6.2%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13%로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국민연금도 공개중점관리기업 명단에서 현대그린푸드를 지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주총도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지주사인 SK㈜의 27일 주총에서는 ‘정관 변경안’에 눈길이 간다. 이사회가 이사 가운데 1명을 의장으로 정하도록 내용을 수정한 정관이 주총에서 의결되면 최태원 회장이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다. 신임 의장은 염재호 전 고려대 총장이 맡을 예정이다. 28일 현대홈쇼핑 주총은 미국계 돌턴인베스트먼트와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이 대주주가 제시한 안건에 반대하기로 결정하고 표(票) 결집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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